벤처금융레터

'23년 12월호

Market Watch

Vol.'23-4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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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지은 사진. 정용재

디지털 전환과 혁신 성장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벤처캐피탈(VC)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VC의 핵심 사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코오롱인베스트먼트의 최윤종 상무를 만나 그의 투자 철학과 성공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컴퓨터과학 전공자에서 현대자동차 CVC를 거쳐 VC 전문가로 성장한 그의 이야기를 통해, 건전한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최근 코오롱인베스트먼트에서 상무 직함을 다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상무님께서 가지고 계신 재미있는 커리어 여정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코오롱인베스트먼트에서 ’17년부터 심사역으로 근무하고 있는 최윤종입니다. 저는 학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는데, S/W 개발자가 길이 맞지 않다고 느껴, 개발자가 아닌 다른 직업을 찾다가 제조업인 현대자동차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현대자동차에서 사내 벤처 육성, 외부 벤처 투자, TIPS 운영 및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설립과 운영 지원, 그리고 육성 스타트업 선발에 대한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아무래도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제조업 회사이다 보니 그 안에서의 CVC 조직은 회사와 시너지가 날 수 있는가 하는 전략적 관점에서 투자만 검토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만나게 되는 회사나 검토하게 되는 산업 분야의 스펙트럼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같은 조직에서 근무했었던 친한 선배 형이 현재 직장인 코오롱인베스트먼트에 저를 소개해 주어 입사를 확정했는데, 그 기간이 생각보다 매우 짧아서 입사 전부터 ‘VC는 일 처리가 정말 빠르네’라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하여 소부장 분야나 딥테크 분야에 높은 비중으로 포트폴리오를 쌓아오다가, 최근에는 콘텐츠 분야 등 다양한 산업군의 업체를 검토하며 투자 스펙트럼을 끊임없이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는 어떤 투자 철학과 방향성을 가진 회사인가요?

제 답변이 회사를 대표하는 답변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지금까지 지켜봐 온 코오롱인베스트먼트는 “보수적이면서 진취적인 방향성을 갖고 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업체를 투자 검토를 할 때 사업 성장성뿐만 아니라, 컴플라이언스 이슈나 대표이사의 도덕성, 하방 안정성, Exit Plan 등 심사역이라면 당연히 검토해야 하지만 자칫 느슨하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이런 부분을 매우 깐깐하게 체크하기 위해 정말 많은 부분을 검토하고 또 검토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수적인 관점에서 업체를 바라보기 때문에 전반적인 회사의 투자 성향 자체는 “보수적이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많은 투자 리스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산업을 선도하는 분야이거나, 기술 매력도가 높고 당장은 수익화가 어려워도 미래에 큰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을 만한 업체에는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VC가 투자를 꺼릴 때도 우리만의 판단으로 자신 있게 투자했었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는 “진취적이다.” 라고도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큰 사고 없이 꾸준히 좋은 실적을 거두어 올 수 있었습니다.




최근 주목할 만한 성과나 투자 사례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과거 투자했던 기업 중 ’25년 3월에 2개 업체의 상장이 확정 되어있는데,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대진첨단소재’와 화장품 부자재 생산 기업인 ‘에스엠씨지’가 코스닥 상장 승인 후 증권신고서 제출까지 완료되었고 곧 상장될 예정입니다. 또, 영유아용품 전문 기업인 ‘폴레드’가 4월에 코스닥 예비 심사청구 후 하반기 상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3개 기업 모두 극초기 단계부터 투자해서 후속 투자까지 진행했었고 현재 2개 기업은 지분율 20% 이상, 1개 기업은 지분율 10% 이상 보유하고 있어 3개 기업 모두 기관 투자자 중에서는 최대 주주 위치에 있습니다. 또한, 3개 기업 모두 지속적으로 건실한 재무 실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국내 주식 시장이 많이 침체되어 있지만, 펀더멘탈이 있는 기업들이라 상장 이후의 기업가치 상승도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2024년 모태펀드 출자 사업에 선정된 “코오롱 2024 청년창업 투자조합”에 핵심 운용 인력으로 들어가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정 배경부터 조합의 방향성 및 투자 계획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핵심 운용 인력으로서 의견을 말씀드리면, ’24년 연초 전반적인 회사의 사업계획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면서 비교적 작은 사이즈이면서 초기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청년창업 펀드’를 결성하여 다소 모험적이지만 높은 수익성을 기대해 볼 수 있는 펀드를 운용해 보자는 방향이 정해졌습니다. 당 펀드는 특히 10대 초격차 분야 등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펀드 결성 과정에서 여러 LP 중 제가 과거 투자를 진행하고 IPO 후 Exit을 하게 된 S/W 검증 솔루션 전문 기업 ‘슈어소프트테크’에서 과거 인연으로 당 펀드에 출자까지 해주셔서 매우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투자하신 기업들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성공적이었던 케이스는 무엇인가요? 해당 투자가 성공 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무엇이었나요?

모든 경험을 소중히 하고 있지만, 가장 독특하고 보람 있었던 경험을 하나 말씀드리면 ’24년 상장한 ‘이노스페이스’의 사례가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17년에 설립한 하이브리드 엔진을 기반으로 한 민간 위성 발사체 개발 업체이며, ’23년 상반기에 국내 민간업체 최초로 시험 발사체를 성공적으로 발사하였고, ’24년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에 성공하였습니다. 당사는 국내 전반적으로 우주 섹터가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19년 최초 라운드를 시작으로 시리즈A, B, Pre-IPO 라운드까지 총 4번의 투자를 진행하여 기관 최대 지분을 보유한 리드 투자자로서 역할을 지속하였고 제가 사외이사로 참여하여 주요 의사 결정을 함께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22년 12월 브라질에서 시험발사를 앞두고 이노스페이스 임직원과 함께 50시간이 넘게 이동하여 브라질에 2주간 체류하던 때의 일입니다. 현지 기상 상황과 발사체의 여러 상태 점검 이슈로 계속해서 발사 날짜가 미뤄져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당시 현지 발사장의 안전 시스템 오류 문제로 시험발사를 보지 못하고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발사하지 못했던 원인이 발사체의 문제가 아닌 현지 발사장의 문제였기 때문에 회사 대표님과 임직원분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한 발사체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고 빠르게 정비하여 약 3개월 뒤에 시험발사에 결국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이 투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온전히 회사의 대표님과 임직원분들의 노력에 있습니다. 미래의 계획에 매우 구체적인 전략과 자신감을 갖고 있는 누가 봐도 매력도 높은 대표님, 그리고 그것을 성실하게 따르는 우주에 진심인 임직원분들을 일찍 만날 수 있었던 기회가 제게 찾아왔다는 점이 매우 운이 좋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상무님께서 생각하시는 성공적인 투자의 정의와 함께, 기업 선별 시 중점적으로 보시는 요소나 투자 철학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공적인 투자의 정의를 냉철하게 말하자면 투자금 대비 회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 정량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투자의 결과를 떠나 스스로에게 유의미한 경험이 쌓여 자산화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나름의 성공적인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투자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실패한 투자라고 정의하기보다는 그 투자의 경험으로 인해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 역시 의미 있는 성공적인 투자의 한 종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업 선별 시 제가 가장 우선으로 보는 요소는 대표이사의 선량함과 매력도인 것 같습니다. 기업과 기관 투자자의 일반적 역할을 보면 기업은 주요 사업계획의 마일스톤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시점이 오고, 그때 기관 투자자가 투자를 진행하면서 사업이 확장됩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대표이사에게 선량함과 추진력, 구체성, 사업적 매력 등을 느껴 호감이 가게 된다면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유사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제가 불편하게 느낀 요인이 다른 사람에게도 같이 느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기관 펀딩이 필요한 비즈니스라면 펀딩의 성공 관점에서 대표이사의 매력도는 굉장히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최윤종 상무의 커리어 여정과 투자 철학,
그리고 코오롱인베스트먼트의 주요 성과에 대해 들어보았다.
벤처 생태계의 미래와 발전 방향에 대한 그의 견해를 더 자세히 들어보자.

2025년에 주목해야 할 산업이나 기술 분야는 무엇일까요? 현재 시장 상황과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상당 기간 국내 주식 시장이 침체되어 당분간 펀더멘탈이 있는 실적주에 관심이 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장 시장뿐만 아니라 비상장 시장에서도 그러한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겠지만, 저는 이런 때에도 장기적으로 미래 산업이 될 수 있는 딥테크 분야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투자 이후 나중의 결과를 지금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가적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른 후 국가적 경쟁력이 떨어지고 경제 침체로 이어져 스타트업 씬뿐만 아니라 결국 투자업 전체까지 위험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딥테크 분야 혹은 다가올 실버 사회에 적합한 비즈니스와 저출산 기조를 개선할 수 있는 분야 등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며 또 많은 부분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내 벤처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VC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VC에게는 우선 도전적인 마인드가 확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VC 씬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 국가적 발전/경제적 가치 창출의 기회가 있을 수 있는 의미 있는 투자에 대한 도전을 좀 더 많이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 또는 VC 업계 분들께 드리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항상 VC 심사역으로서 경험이나 누적 커리어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민망해서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을 매번 거절해 왔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인터뷰라는 것을 하게 됐는데, 제가 답변드린 내용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꽤 많이 고민하고 답변을 정리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VC 업계가 좀 더 건전한 생각을 하며, 일상의 반복에서 벗어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심사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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