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이 큰 초기 투자 시장에서 일관된 철학으로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투자사가 있다. 2014년부터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한 장동욱 이사는 컨슈머 및 서비스 분야 초기 창업자를 집중적으로 발굴하며, ‘좋은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 자본이 모인다’는 원칙을 실현해왔다. 투자 기준은 명확하다. 창업자가 풀고자 하는 문제의 정의와 크기, 고객 중심 사고력, 그리고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사명감. 단기 수익보다는 창업자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장기적 파트너십을 만들어가며, 국내 초기 VC 시장의 깊이 있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과 사람, 시장의 균형을 보는 안목으로 카카오벤처스는 스타트업 성장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카카오벤처스에서 초기 단계의 컨슈머 및 서비스 분야 스타트업 투자를 리드하고 있는 장동욱입니다. 2014년에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한 이후로, 주로 사용자 경험과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 팀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카카오벤처스에 오기 전에는 하나금융투자에서 인터넷/게임 섹터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당시에 컴투스, 엔씨소프트 등 상장 IT 기업을 분석하며 자연스럽게 테크 산업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VC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되었고, 초기 스타트업이 문제 해결을 시작할 수 있게 자금을 지원하고, 그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는 VC의 역할이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당시 카카오벤처스는 인터넷과 게임 분야에 특화된 유일한 초기 VC로, 사명감을 가지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창업자는 좋은 문제를 풀고, 좋은 투자자는 그런 창업자가 스스로 찾아오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창업자는 규모 있고 의미 있는 문제를 풀고 있거나 풀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익도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투자자란 창업자가 고민이 있을 때 먼저 찾게 되는 투자자입니다. 고민에 대해 그냥 털어놓고 감정적으로 기댈 곳이 필요할 때 찾아와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창업자가 투자자에게 솔직히 고민을 공유할 수 있도록, 신뢰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고민을 공유하지 않으면 도움을 줄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최근에는 세 가지 요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첫째, 명확한 문제 정의와 문제의 크기입니다.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회사가 생겨나고,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견뎌야 하는 만큼, 창업자가 포기하지 않을 이유와 사명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왜 창업했는지, 무슨 문제를 풀고 싶은지를 꽤 시간을 들여 질문하고 듣습니다.
두 번째는 얼마나 고객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팀인가입니다. 위에 언급한 문제가 실제로 고객에게서 확인한 문제가 아니라, 창업자의 머릿 속에서 만들어낸 것이라면 많이 걱정스러울 것 같습니다. 또, 런칭 이후에도 고객의 목소리를 프로덕트에 반영하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는가도 중요하게 봅니다.
셋째는 최고의 팀을 빌딩 하고자 하는 집착과 역량입니다. 신뢰 관계가 형성된 인재들과 함께 창업했는지, 아니면 채용의 편의성만 고려했는지 깊이 파고들며 질문합니다. 깊이 고민하고 탄탄하게 실행해 온 창업자들은 답변의 깊이도 다릅니다.
당근마켓은 제가 투자한 회사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기업입니다. 2024년 일부 회수를 통해 179배의 멀티플을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성과의 핵심은 창업자들의 일관된 장기 비전과 이를 뒷받침하는 건강한 조직 문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기반 슈퍼앱’이라는 초기 비전을 2016년부터 변함없이 유지하며, 사용자 경험 중심의 제품 전략을 꾸준히 실현해 왔습니다. 또한 계속 뛰어난 인재들이 들어와서 기여하고, 그만큼 보상받을 수 있도록 ‘좋은 구조’를 고민해 나간다는 점이 우수 인재 유입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좋은 구조’는, 두 공동 대표님이 보유한 일부 주식을 모든 임직원에게 증여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성공 = 임직원의 성공’ 공식을 강화해 온 것이 당근마켓을 장기적으로 강한 회사로 만든 핵심 요인이었습니다.
창업자분들은 투자자에게 잘하는 모습만 보여줘야 할 것 같고, 압박을 느끼시곤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판단하지 않고 지지해 준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창업자가 자신의 약점을 먼저 털어놓을 수 있도록 저부터 고민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또, 창업자 요청이 들어오면 네트워크와 자산을 총동원해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합니다. 창업자가 “카카오벤처스에 요청하면 뭐라도 나온다”는 신뢰를 가지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가장 보람됐던 순간은 저희가 투자한 창업자들이 자발적으로 다른 창업자들에게 우리 회사를 추천할 때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투자한 회사의 서비스가 많은 사람들의 삶에 녹아있는 것을 확인할 때입니다. 반대로 가장 어려운 순간은, 창업자에게 사업 지속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되어 중단을 권유해야 할 때입니다. 꿈과 노력을 아는 만큼, 그런 말을 꺼내는 것은 늘 어렵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문제를 풀고 임팩트를 주는 게 성공이라고 정의해 보겠습니다. 풀려는 문제가 충분히 큰 문제인지 여부가 첫 번째로 중요하고, 내가 최소 5년에서 10년을 몰입해 풀고 싶은 문제인지도 중요합니다. 당근마켓도 곧 설립한 지 만 10년이 되고, 청소연구소를 서비스하는 생활연구소도 이번에 제9기 주주총회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이들이 해 나갈 일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3~4년 안에 승부를 보려하곤 하는데, 큰 임팩트를 내는 회사들을 만드는 데에는 생각보다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절실히 풀고 싶은 문제, 실패하더라도 의미가 있는 문제를 선택하시면 좋겠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창업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본인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나 사용자로부터 확인한 니즈가 아닌, 단지 아이디어가 그럴듯해 보인다는 이유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문제의 존재 여부, Pain Point의 크기, 실사용자의 니즈에 대한 검증이 우선입니다.
투자는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닙니다. 투자자 미팅보다 먼저 할 일은 ‘문제 해결을 위한 실험’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컨슈머 영역에 한해서 얘기하면 2025년은 AI가 컨슈머와 B2B 영역을 혁신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선, 양적으로 수많은 서비스들이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AI로 인해서 개발이 점점 쉬워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누구나 자신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런칭할 수 있습니다. 이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의 니즈와 욕구를 충족하려는 서비스들이 많이 쏟아져나올 것입니다. AI가 점점 더 저렴한 비용으로 작업을 대체하여 기존에 풀리지 못했던 문제들이 풀리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모바일 First가 아닌 AI First 어플리케이션들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혁신을 이룰 것입니다.
창업자가 문제를 해결하며 미래를 앞당길 때, 옆에서 함께하는 파트너로서 강점을 보고 투자하고 나머지는 저희가 채워주겠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창업자가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VC가 되기 위해 혁신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오랜 기간 VC로 일하며, 창업자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여정을 지원하고 싶습니다. 동시에, 가족에게 떳떳한 선택만 하며 훌륭한 창업자들로부터 자극을 받아 50대, 60대가 되어서도 성장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카카오벤처스가 하는 일은 업계에서 창업자들이 필요로 하고 선호하는 초기 투자 VC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하다 보면 벤처생태계가 더 건강해질 것으로 믿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모두 좋은 파트너가 되어 서로 도우며 성장할 때 더 좋은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쟁보단 협업을 통해 한국 벤처 생태계에서 더 좋은 회사들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창업자들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카카오벤처스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