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산업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으로. 이 변화의 최전선에 클로봇 이 있다. 2017년, KIST 연구원 출신 김창구 대표는 “작은 스타트업이 하드웨어로 승부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뼈아픈 깨달음을 창업의 동력으로 삼았다. 제조사마다 제각각인 로봇 규격을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통합하는 기술력으로 매년 30건 이상의 로봇 통합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국내 최상위 레퍼런스를 쌓아왔다. 2024년 코스닥 상장, 보스턴 다이나믹스·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파트너십까지. 세계를 향해 질주하는 클로봇. 소프 트웨어로 로봇의 미래를 설계하는 김창구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KIST에서 약 10년간 연구원의 길을 걷다 2017년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소에서 약 10년간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지능형 로봇을 연구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KIST 1호 벤처의 초기 멤버로 합류하여 하드웨어 중심의 로봇 사업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상당한 펀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드웨어 양산에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제가 뼈저리게 느낀 점은 하드웨어 시장은 트렌드 변화가 매우 빨라, 양산 준비를 마칠 때쯤이면 이미 시장 흐름이 달라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해당 회사가 매각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작은 스타트업이라면 하드웨어를 직접 만들기보다 솔루션이나 서비스 중심의 소프트웨어 회사로 가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클라우드와 로봇의 합성어인 ‘클로봇’을 2017년에 설립하게 된 것입니다.
기획부터 유지보수까지 책임지는 ‘Total Robot Service Provider’로서 고객사가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강점은 무엇인가요?
클로봇은 로봇의 기획부터 통합 운영, 그리고 사후 관리인 유지보수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패키지 형태의 서비스를 지향합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단순히 로봇 하드웨어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최적화된 로봇 서비스를 즉각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저희는 매년 30건 이상의 로봇 통합(RI)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쌓은 압도적인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안내, 이송, 방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 맞춤형 혁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클로봇의 핵심인 자율주행 SW ‘카멜레온 (CHAMELEON)’과 관제 시스템 ‘크롬스(CROMS)’ 는 파편화된 로봇 규격을 하나로 통합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부분과 해결 방안은 무엇이었나요?
제조사마다 다른 19종 이상의 로봇과 300여 개의 센서를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호환시키는 과정은 기술적으로 매우 난해한 작업이었습니다. 로봇별로 규격이 모두 파편화되어 있어 이를 통합하는 범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습니다. 저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 종류에 무관하게 적용 가능한 범용 아키텍처인 자율주행 SW ‘카멜레온’과 클라우드 기반으로 이기종 로봇을 다중 관제할 수 있는 ‘크롬스’를 개발했습니다. 현재는 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타 제조사에 라이선스를 판매할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최근 산업용 청소로봇의 엘리베이터 탑승 평가를 통과하셨는데, RI 프로젝트 현장에서 겪은 기억에 남는 난관과 극복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난관은 청소 로봇 도입 과정에서 건물주들이 인력 감축에 따른 청소 퀄리티 저하를 우려해 로봇 도입을 주저했던 점입니다. 로봇이 들어오면 사람만큼 깨끗하게 청소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구심이 컸습니다.
저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연동 기술과 같은 디테일한 기능에 집중했고, 최근 국내 최초로 산업용 청소로봇의 엘리베이터 탑승 성능 평가를 통과하며 기술적 신뢰를 입증했습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른 벤더들보다 빠르게 시장의 요구사항을 해결하며 신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Spot’에 클로봇의 솔루션을 탑재하는 파트너십을 맺으셨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협업이 향후 클로봇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어떤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시나요?
이번 협업은 클로봇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글로벌 표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현재 미국 현지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공장을 많이 짓고 있어 로봇 솔루션 도입에 대한 기회가 매우 열려 있는 상황입니다.
저희는 보스턴 다이나믹스와의 파트너십을 발판 삼아 올해 미국 시장에 대한 심도 있는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직접 글로벌 시장에 저희 솔루션을 탑재한 로봇들을 공급하며 본격적인 성과를 낼 계획입니다.
2025년, 국내 대표 협동로봇 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체결한 MOU를 통해 양사가 협력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고 계신가요?
이번 협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로봇 하드웨어 기업과 소프트웨어 기업이 만났다는 점에서 업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디펜던시가 높은 로봇 산업의 특성상 최고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과정입니다. 양사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제조 및 물류 자동화 솔루션을 공동 개발함으로써, 공장 자동화나 스마트 물류 시스템 등에서 완전히 통합된 로봇 서비스의 미래를 선도하고자 합니다.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로,
클로봇은 로봇 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있다.
향후 비즈니스 모델을 RaaS(구독형 로봇 서비스)로 전환하겠다고 하셨는데, 이것이 고객과 클로봇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나요?
RaaS 모델로 전환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매출의 안정성 확보에 있습니다. 로봇 회사는 매출 예측이 매우 어려운데, 일시불 판매 대신 월정액 방식을 도입하면 고정 매출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청소 로봇을 월 100 만 원에 공급하여 500대 기준의 마일스톤을 달성하면 연간 약 50억 원 규모의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게 됩니다. 500대 규모의 RaaS 모델은 한국 로봇 업계에서 아직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이며, 성공 시 매우 큰 상징성을 갖게 될 것입니다.
다만, 현재 클로봇의 1조 원이 넘는 유니콘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고 시총에 걸맞은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RaaS 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전체 매출을 수년 내 4,000~5,000억 원 규모로 키우기 위해 판매형 모델로 외형을 확장하는 축과, RaaS를 통해 수익의 안정성을 다지는 두 축 전략을 병행할 예정입니다.
2024년 10월 코스닥 상장 이후 회사 내부 분위기나 경영상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달라진 점이 정말 많습니다. 상장 이후 가장 큰 장점은 클로봇이라는 브랜드의 대외 신뢰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하여 글로벌 벤더들과의 협상이 매우 수월해졌다는 점입니다. 경영상으로는 주주가 약 14만 명으로 늘어나면서 회사가 명실상부한 공공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임직원들만 생각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모든 경영 판단에서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을 더 많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클로봇은 성장 과정에서 민간 투자뿐만 아니라, 한국벤처투자가 출자한 펀드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러한 모태펀드 자금이 기업의 스케일업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시나요?
저는 모태펀드의 직접적인 수혜자로서 이 시스템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처음 창업할 때 개인 자본 1억 원 남짓으로 시작했지만,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스케일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판교에서 창업 초기에 사무실을 무상으로 지원받는 등 초기 창업 생태계는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훌륭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부 과제 형식의 직접 지원보다 VC를 통한 모태펀드 투자가 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전문가들이 옥석을 가려 투자하고 실패까지 관리하는 생태계가 활성화되어야 우리 로봇 산업이 중국이나 미국과의 거대 자본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4만 주주와 함께하는 '공공재'가 된 클로봇.
성장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다.
“글로벌 Top 3” 비전을 향해 2026년까지 달성해야 할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요? 후배 창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2026년까지의 핵심 과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실질적인 성과 도출입니다. 먼저 해외 유수 하드웨어 브랜드들과 협력해 저희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뒤 국내에 공급하는 모델을 공고히 하고, 이 성공 모델을 그대로 미국 시장에 이식할 계획입니다. 미국 시장의 제조 공장 확산은 저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입니다.
후배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드리자면, 현재 우리나라는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초기 투자를 받기에 정말 좋은 환경입니다. 다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할 ‘강력한 팀’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 역시 연구소 시절 동료들이 믿고 합류해 준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습니다. 두려움 없이 도전하시되, 곁에서 함께 뛸 팀원을 잘 구축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