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금융레터

`23년 5월호

marketwatch

Vol.22-4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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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기조 탈출을 위한 신산업 혁신생태계 전략

글. 김재구(한국경영학회 회장·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국내 신산업혁신 투자환경 악화

기업투자의 脱한국 가속화

무역적자의 장기화 및 국제직접투자 수지 적자 폭이 갈수록 커지는 등 국내의 산업혁신생태계는 점점 활력을 잃고 있다. 2022년 한 해 동안 국제직접투자수지 적자 규모는 약 80조 원(587억 달러)에 이른다. 2012년 이래 외국인직접투자(국내 투자)는 연평균 9% 수준 증가한 것에 비교해보면, 우리의 해외직접투자는 연평균 11.7% 증가해 국제직접투자수지 적자는 2012년 211억 달러 규모에서 2022년까지 연평균 12.9%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이 지난 10년간 산업혁신투자가 국내보다 해외로 향하는 흐름이 가속화됨에 따라 우리 경제는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가계, 기업, 정부 모두 사상 최대규모의 부채로 이어지는 등 국민과 기업의 사회경제 지표가 사상 최악의 흐름을 지속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기업집단부터 우량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민간기업 부문은 일정한 산업혁신투자 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특히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우, 제도적·정책적·문화적 제약으로 국내 산업 혁신투자보다는 해외직접투자에 더욱더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내 투자의 제약과 한계

본질적으로 신산업 탐색과 개발에 적극적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국내 투자는, ① ‘투자할 대상이 없다.’ ② ‘투자를 할 수 없는 구조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국내 투자 대상의 한계 문제는 시장기회, 기술, 사람, 인프라 등에 기인한 것이며, 특히 신산업 관련 전문인력(고급 연구개발 인력) 부족 및 경쟁력 저하 문제, 그리고 ‘혁신 유효소비시장’의 제한이 신산업 혁신투자의 주요 제약 요인이라고 들고 있다. 그리고 국내에서 투자할 수 없는 구조의 문제는 비생산적이고 비예측적인 규제시스템, 그리고 회사법제와 공정경쟁법제 등의 미흡으로 인한 신산업 혁신투자의 법제도적 제약을 의미한다.

기업 차원의 신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활동은 투자할 대상의 시장기회, 기술, 사람, 인프라를 스스로 개발하고, 이에 직접 투자를 통해 고성장과 고수익을 실현하며,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특히 신산업의 경우 혁신생태계의 양적, 질적 상태 그리고 타이밍을 조화롭게 다룸으로써 주도권(혁신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혁신 기반 환경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신산업의 경우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들에 ⓵ 사업 개발과 ⓶ 투자를 함께 실행할 수 있는 법제도 환경을 실효적으로 제공하지 않으면 기업들은 본질적으로 기회 실현이 가능한 곳으로 이동하게 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직접투자가 적자로 나타나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며 국내의 신산업 혁신역량과 환경은 더욱더 악화될 수 있는 것이다.

기업 간 글로벌 경쟁이 신산업 혁신생태계 경쟁으로 전개

생태계 간 경쟁으로 개별 기업이 신산업 혁신생태계 전주기/전범주에 걸쳐 역할 및 기능을 수행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 생태계가 디지털신산업을 장악하고 있고, 테슬라 생태계가 모빌리티신산업을 흔들고 있으며, 존슨앤존슨 생태계는 헬스케어신산업을, 그리고 금융신산업에서는 제이피모건 생태계가 대표적으로 금융, 핀테크 등을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의 혁신 선도기업들은 기존 지역 기반 산업클러스터를 글로벌 스케일의 개별 기업 차원의 신산업 혁신생태계로 진화시켜 해당 신산업에서 혁신리더십 및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개별 기업 또는 기업연합이 신산업 혁신생태계의 전 주기 및 전 범주에 걸쳐 스스로 직접 투자 및 개발하고 있다. 신산업 혁신 기반 조성(기업가정신 및 혁신 교육, 문화 확산), 신산업 전문인력 양성 및 훈련, 신산업 인프라(특히 테스트베드) 개발, 스타트업 및 스케일업 엑셀러레이팅, 기업벤처투자(CVC) , 바이아웃(인수합병, 구조조정 PE) 등 전주기/전범주를 일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1998년 설립 이래 2018년 10월 말까지 총 220건의 인수합병을 진행하여 월 평균 1.8건의 인수합병을 이루었다. 이를 토대로 구글 생태계(디지털신산업)를 조성하였다. CVC인 ‘구글벤처스(GV, Google Ventures)’는 스타트업 투자 및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인수합병 대상 기업을 발굴 및 육성하고, CPE인 ‘구글캐피탈(CG, Google Capital → Capital G)은 GV가 발굴 및 육성한 스타트업 및 외부의 다양한 규모 기업 바이아웃(인수합병 및 사업구조조정·재구축)을 전담하였다. 이를 통한 신산업 주도권(혁신리더십)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포춘 500의 상위 100대 기업 중 71개 기업이 활성 CVC를 운영 중이다(GCV Analytics, 2022). 영국 버진그룹은 자회사 400개 이상을 가지고 엔터테인먼트, 금융, 항공, 우주 미디어 등 산업에서 인력양성에서부터 신산업 인프라 구축까지 혁신생태계 전주기/전범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기업 벤처캐피탈(CVC)과 사업개발회사(BDC) 제도가 신산업 혁신생태계 지원

제도적 측면에서는 ‘기업벤처캐피탈(CVC, corporate venture capital)’ 그리고 ‘사업개발회사(BDC, business development)’ 제도가 개별 기업 또는 기업연합 차원에서 ‘신산업 혁신생태계’의 전주기/전범주를 조성하고, 이를 통한 고성장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CVC는 기본적으로 사모투자(PE, private equity) 겸업이 가능하며 은행 외 금융사의 설립 및 운영에 있어 자유도가 매우 높다. 또한 BDC도 승인을 통해 겸업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본과 유럽은 CVC가 은행 소유도 가능하다. 즉 해외의 CVC는 제한된 역할기능만 수행하는 우리나라의 내용과 달리 ‘사업개발 투자전문회사 – 개방형 혁신 플랫폼’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자체 자본력이 있는 CVC는 자기자본 중심으로 운영한다. 모기업 사업전략과 포트폴리오 전략에 기반하여 투자 및 사업개발에 주력한다. 자체 자본력이 제한적인 CVC는 BDC 겸업을 통해 공모 기반 투자 및 사업개발 펀드를 운영하곤 한다. 이를 통해 임계 규모 이상의 자본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개인 엔젤 및 벤처 투자자의 경우 CVC가 운영하는 BDC에 투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정성과 수익성 모두가 높은 관계로 타 대체투자(부동산 등 보다) CVC-BDC 연계 기반 벤처투자를 선호한다. 이는 곧 시중 유동자금을 산업혁신투자로 자본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임계 규모 이상의 CVC를 운영함으로써 기존 기업들은 신산업 혁신생태계의 전주기/전범주의 역할을 하고, 혁신스타트업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투자 및 인수합병을 전개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기업생태계 역동성 제고의 핵심이며 선순환적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포인트이다. 이를 통해 창업-성장-수확/정리-진화(재창업, 재투자)의 선순환을 가속할 수 있다.

민간기업 신산업 혁신투자 촉진을 위한 대안 제시

현행 우리의 산업혁신투자 및 기업 차원의 신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관련 제도는 분절화-파편화되어 목적 활동별로 별도의 회사를 설립·운영해야 하며, 이에 따른 규제 감독 대응도 복잡하다. 특히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경우 회사 추가 설립 및 관리에 따른 제도적‧비용적 부담이 높아 기업 차원의 신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전주기/전범주를 수행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 등 해외의 CVC와 달리 우리는 CVC-PE 겸업이 불가하며, ‘바이아웃 펀드(인수합병 및 구조조정)’ 운영, 신산업 혁신 기반 조성을 위한 제반 기초 투자 및 인프라 투자 등 PE 범주의 투자 및 사업개발을 위해서는 기업집단 내 별도 회사를 설립 또는 외부의 PE를 활용해야 하는 관계로 총량 거래비용 및 관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신산업 전문인력 양성 테스트베드 인프라 구축 등 신산업 혁신생태계 기반 조성에 따른 활동을 CVC가 직접 수행하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다. 자본력 및 세제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CVC가 아닌 사업회사(모회사)가 직접 이를 수행하는 경우도 가능하나, 이는 개별 기업의 자원과 역량에 한정되고 특히 개방성이 낮다. 개별기업 차원에서 개방형 혁신플랫폼을 운영하나, 이는 전략적 목적에 한정되고 특히 사업화 그리고 수익화와는 거리가 있다.

K-BDC 도입의 경우도 2023년 말까지 국회 정무위 계류 상태이며 (목적투자비율 및 투자자 위험성 이슈 등), CVC는 겸업 불가하여 자체 자본력이 제한적인 CVC는 타 자산운용사 또는 벤처캐피탈과 연대해야 하는 구조다.

현재 한국의 CVC는 글로벌 관점에서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규모와 전문성 모두 매우 경쟁열위인 상태에 있다. 구글이나 존슨앤존슨 등이 ‘CVC(+PE)+BDC: 산업혁신전문회사’를 기반으로 신산업 혁신생태계를 전주기/전범주 조성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기업은 국내에서 ‘삼성생태계’, ‘현대차생태계’, ‘SK생태계’, ‘LG생태계’ 등을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개별 또는 연합 기업 차원의 신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및 개발의 전주기/전범주를 역동적으로 다룰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함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이슈와 맞물려 국내 대기업의 해외투자는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생태계의 순환성 및 역동성도 제약되고 있다. 정부의 촉진정책에 의해 창업은 양적으로 증가하였으나, 성장 및 수확/정리 단계로 이어지지 못해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 기업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정부 지원 창업기업 70% 사실상 폐업, 서울경제 2023.05.081), 정부 창업지원사업 성과내도록 만전 기하고 있어, 중소벤처기업부 반론 2023.05.10.2))

따라서 미국의 CVC(+PE), BDC 그리고 한국의 CRC(구조조정 세제혜택 및 펀드 운영)를 결합하고 신산업 혁신생태계의 기반 조성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산업혁신전문회사」 제도 도입을 통해 민간기업의 신산업 혁신투자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민간기업이 신산업 혁신생태계의 전 주기/전범주 주도적 개발 및 조성 필요

현재까지는 정부(중앙 및 지방)가 산업인프라를 구축하고 대학(정부 통제)이 산업전문인력을 양성하며 혁신생태계의 기반을 조성하였으나, 산업의 변화 트렌드에 후행하면서 실효적 효과를 내지 못했었다. 이로 인해 국내의 신산업혁신투자 환경은 오히려 악화되어 특히 대규모 기업집단은 투자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산업혁신투자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며 추진하게 되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2009년 ‘미국국가혁신전략(A Strategy for American Innovation)’을 통해 민간기업이 신산업 혁신생태계를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조성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 제도 및 정책 개편을 단행하였다. 특히 CVC에 대한 자유도를 대폭 확대하여 은행업 외 금융회사 소유 및 운영에 제약을 없앴다. 또한 BDC 겸업을 가능하게 하여 시중 부동자금을 산업혁신 자본화하여 혁신대기업들이 신산업 혁신생태계의 전주기/전범주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이로 인해 미국은 현재 G7 중 유일한 초고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실업률 및 청년고용률도 최근 50년 중 가장 양호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목표 2.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에 부합하도록 관련 제도의 제약 사항을 극복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론 물론이며, 입법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의 투자 환경을 어렵게 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세제와 노동·환경·교육 분야의 규제개혁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기업인들이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으면서 창의와 열정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 걸림돌을 걷어내는 것도 선결해야 할 과제다.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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