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금융레터

'23년 12월호

Market Watch

Vol.'23-4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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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생태계의 현황과 정책 발굴에 대한 제언

글. 이진석 (한국벤처투자 벤처금융연구소 소장)

위기의 벤처투자생태계

역대 최고 기록을 분기별로 경신하던 2021년도까지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최근 보이는 벤처투자 통계 관련 기사들은 격세지감을 들게 합니다. 출자와 투자, 회수 모든 면에서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예년 대비 적게는 30%가량, 많게는 70% 이상까지 하락했다는 기사들이 넘쳐나는 상황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도 성과관리 시행계획’에 따르면, 중기부에서 금년도 신규 벤처투자 목표치를 5.1조 원으로 전년도 신규 투자액의 75% 수준으로 설정하였다고 합니다. 올해의 시장 전망이 예상보다 가혹할 것임을 예측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1분기까지 진행된 국내 벤처투자는 현시점까지 공식 통계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전년도보다 50%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외상황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벤처투자생태계의 1분기 투자액은 370억 달러로, 전년도 1분기의 820억 달러 대비하여 55% 줄어든 규모입니다. 2021년 4분기 이래 매 분기 계속해서 감소한 수치입니다. 펀드 결성액이나 회수 실적은 좀 더 심각합니다. 미국 시장에서 1분기까지 결성된 펀드는 117억 달러로 2022년 온기 실적인 1,708억 달러 대비 6.8%이며, 회수 실적은 58억 달러로 전년 온기 대비 8.0%, 1분기 대비 18.1%에 해당합니다.

표 1 미국 분기별 투자액
자료: PitchBook-NVCA

벤처투자생태계 내부변수와 외부변수의 구분

앞서 살펴본 이슈 사항들은 어느 하나에서만 특정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으며, 출자에서 투자, 회수까지 이어지는 벤처투자생태계의 전체 순환과정에서 전반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본 칼럼에서는 이러한 벤처투자생태계의 이슈 사항들의 인과를 간단하게 분석한 후, 정책적인 해결책의 실마리를 간단하게 짚어보고자 합니다.

그에 앞서 이슈 사항들을 벤처투자생태계의 내부변수와 외부변수로 구분 지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내부변수라 함은 앞서 언급 드린 대로 출자(또는 결성, 모태펀드 등의 LP가 GP가 결성하고자 하는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행위, 또는 그러한 의사결정 과정), 투자(GP가 벤처기업에 벤처펀드를 이용하여 납입하는 행위, 또는 그러한 의사결정 과정), 회수(GP가 벤처펀드를 통해 벤처기업에 투자한 자금을 IPO, M&A, 구주 매각 등을 통해 손익을 확정짓는 과정)로 나눌 수 있겠고, 외부변수는 벤처투자생태계 외의 거시경제 및 그 외의 국내외 요인에 해당하는 변수들이겠습니다.

그림 2 벤처투자생태계 내·외부변수의 모식도

이제 벤처투자생태계에서 언급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 사항들을 위의 모식도에 따라서 나열하고 인과를 기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내·외부 이슈 사항들

지속 성장하던 벤처투자생태계에 부정적인 소식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22년 상반기부터로 생각됩니다. 그때부터 발생했던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COVID-19로 인해 증가하던 유동성이 2022년 초부터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유동성 축소에 따라 주식시장 등의 회수 시장이 악화1) 되고, 비상장기업의 기업가치 또한 상승을 멈추게 됩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기업가치가 상승하기까지 관망하게 되어 자발적으로 투자 규모가 축소됩니다.

그림 3 통화 및 유동성 추이
자료: 한국은행

VC들의 후속투자가 감소함에 따라 기업가치의 증가는 다시금 억제되며, 회수 시장 또한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회수시장이 악화됨에 따라 민간기관은 이를 부정적인 시그널로 인식하여 출자 규모를 축소합니다.

2022년 하반기에 모태펀드의 축소 이야기가 언급되기 시작합니다. 모태펀드 축소의 영향에 대하여 제가 언급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모태펀드 예산 삭감이 시장에서 벤처투자가 더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신호로 인식될 수 있다는 최근 연구결과2)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간기관들은 이를 다시금 부정적인 시그널로 인식하여 출자 규모를 축소했을 수 있습니다.

2023년 상반기에 미국의 SVB가 파산합니다. SVB 파산이 국내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지만, 미국, 캐나다, 스위스, 독일 등 세계 각국으로 여파를 넓혀 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민간기관 및 VC들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어 다시금 출자 및 투자규모가 축소됩니다. 실제 VC분들을 대상으로 SVB의 여파에 대해 간단한 설문조사(n=42)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8.1%가 국내 벤처투자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셨습니다. 그리고 출자, 투자, 회수 중 가장 악영향을 받을 분야로 많은 분이 출자를 응답(64.9%, 복수응답 허용)하셨습니다.

민간기관 입장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전망하기 어렵다는 점이겠습니다. 실제 앞선 설문조사에서도 절반 이상(56.8%)의 응답자들이 6개월 이상 SVB 파산의 영향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셨으며, 미래를 전망하기 어렵다는 응답자도 상당수(27.0%)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벤처펀드 출자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본래 벤처펀드는 특성상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펀드이기 때문에 출자 의사결정이 어렵기는 했습니다만, 여러 가지 이슈로 인해 의사결정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감소하고 있는 민간기관 출자를 우려하여, VC들 또한 운용하고 있는 펀드의 런웨이를 관리하고자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영향은 다시금 앞서 언급한 후속투자 감소, 기업가치 증가 억제, 회수 시장 악화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앞서 그렸던 모식도에 덧붙이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림 4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이슈사항 모식도

악순환을 단절할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

보시다시피 위의 모식도의 요소들은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대부분의 요소들이 다른 요소들의 결과이며 동시에 원인입니다. 하나의 요소를 저감하고자 하여도, 다른 요소들로 인하여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또한 정책적으로 접근 가능한 요소들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특히 투자 쪽에 속한 요소들은, 대부분 민간 시장이 주도적으로 선택한 의사결정의 결과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나마 정책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요소들은 ‘유동성 감소’, ‘모태펀드 출자 감소’, ‘회수 시장 악화’ 쪽으로 판단됩니다. 이 중에서 ‘모태펀드 출자 감소’에 관해서는 따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입장임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현시점에서는 유동성을 제공하고, 회수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립니다. 유동성이 증가한다면 기업가치 하락이 멈출 수 있을 것이고, 회수 시장 또한 자연스럽게 활성화되리라 판단합니다. 회수 활성화의 방법 중 민간기관의 의사결정 난이도를 낮출 수 있는 정책이 특히 필요합니다. 출자 이후 장기간 묶이게 되는 출자금을 중간에 회수할 수 있도록 한다면 유동성 또한 제고되면서, 향후 민간기관이 보다 용이하게 출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벤처투자의 전략 방향 중 하나는 ‘벤처투자 선순환 구조 확립’입니다. 본문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벤처투자생태계 악순환이 단절되고, 더 나은 벤처투자생태계가 구축되도록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 1) 장보성, 『통화정책의 긴축적 변화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자본시장연구원, 2022
  • 2) 나수미, 『민간 주도 전환기의 모험자본시장 질적 성장 방안』, 중소벤처기업연구원, 2023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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