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금융레터

'23년 12월호

Market Watch

Vol.'23-4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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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벤처투자시장의 자율규제
기능 강화 정책 도입 필요

글. 황보윤1) , 양영석2) , 이종건3)
1) 국민대학교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 2) 한밭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 교수, 3) 법무법인 이후 대표변호사

벤처투자시장의 자율규제 기능 강화 정책 필요성 대두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018년 7월 24일 보도자료를 통하여 민간 중심의 벤처생태계 구성을 발표하였다(중소벤처기업부, 2018). 해당 보도자료의 내용을 살펴보면 ‘펀드 결성과 관련하여 민간자금만으로 자유롭게 펀드 결성이 가능토록 한국벤처투자조합(KVF)에 대한 모태펀드 의무출자 규정을 폐지하는 방안’을 비롯한 총 아홉 가지이다.

이 중 아홉 번째로 창업지원법(창업투자조합)과 벤처기업법(벤처투자조합)으로 이원화된 벤처펀드를 일원화하고, 벤처투자조합 중 모태펀드가 출자한 펀드는 정책 목적에 따라 투자하고, 민간자금으로 결성된 펀드는 최소규제 원칙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것은 2020년 2월 벤처투자법 제정과 함께 대부분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위 발표내용의 핵심과제를 살펴보면, 주로 ‘민간 중심의 벤처생태계 구성’과 관련한 것으로 첫째, 최소 규제로 펀드 운용의 자율성 강화, 둘째, 민간 투자 견인에서 후원으로 운용방식 개편, 셋째, 펀드 운용의 책임성·효율성 강화 등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최소 규제를 통하여 펀드 운용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은 투자대상, 투자방식, 거래제한 규정을 완화하게 되면, 민간자금의 적극적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일 것이다. 즉 규제의 완화 측면에서 공적규제의 범위를 축소하고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규제영역에 관하여 자율규제를 담당할 수 있는 기관과 역할 분담을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벤처투자기구와 관련하여 해외 국가와 비교해 보면 국내와 마찬가지로 조합의 형태를 가장 많이 띠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는 조합의 경우에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계약법이 적용되며 업무집행조합원(GP)과 유한책임조합원(LP)의 합의에 따라 자유로운 운영형태를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태생적으로 정부 주도로 법제화된 정부자금의 지원이 기초가 되어 이루어지면서 공적 자금의 정책적 목적에 따라 운영되어왔다. 따라서 벤처투자기구에 대해서 이해 상충 가능성 배제, 고도의 윤리성, 공정성 및 투명성 등을 요구하는 등 강한 규제가 반영되게 되었다. 이러한 공적규제가 일면 타당성이 있을 수 있으나, 공적규제 위주의 관리감독 체계는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 벤처투자 시장의 성격상 민간자금의 유입을 제한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벤처캐피탈 투자 규모는 2019년 기준 2,708 Mn USD로서 이는 달러 기준 일본(2,503 Mn USD), 프랑스(2,165 Mn USD), 독일(2,380 Mn USD)을 능가하여 미국(135,648 Mn USD), 영국(3,349 Mn USD), 캐나다(3,286 Mn USD)에 이어 OECD 국가 중 4위에 이른다. 또한 GDP 대비 벤처캐피탈 투자 규모는 미국(63%), 캐나다(18.8%)에 이어 16.45%로 OECD 국가 중 3위에 이른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 규모의 가장 큰 역할은 정부 주도에 의한 벤처생태계 육성이었다(강형구, 신지만, 2022).

그런데 2018년 7월 발표한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간중심의 벤처생태계 구성’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우리나라의 벤처생태계가 민간 중심의 벤처투자 시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기존의 공적규제 중심에서 자율규제 영역을 확대하여 업계의 전문성과 효율성에 친화적인 규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자율규제란 무엇인가?

자율규제는 일반적으로 국가가 주도하는 하향식의 규제(정부 규제 또는 법적 규제)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자율규제의 의미에 대해서는 많은 문헌에서 다양한 정의를 제시하고 있다(선지원, 2022). 자율규제에 대한 정의로는 “사업자 또는 사업자 단체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또는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행하는 자정 노력으로서의 규제활동(이민영, 2010)”, “정부가 아닌 사적 기관이 만든 자치 규범(송화윤, 2021)”, 또한 “조직화된 집단이 그 구성원의 행위를 규제하는 것(김상택 외, 2016)”이라고 정의하거나, 규제를 위한 준칙과 기준 정립의 자율성과 피규제자 스스로 행하는 규제 적용 및 이행 행위 등을 개념 요소로 찾고 있다(왕승혜, 2014).

한편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자율규제를 유형화하는 방법은 Julia Black의 “위임된 자율규제(mandated self-regulation)”, “승인된 자율규제(sanctioned self-regulation)”, “강제된 자율규제(concerned self-regulation)”, “자발적 자율규제(voluntary self-regulation)”의 4분론 모델이다(황성기, 2022).

이러한 분류는 정부의 역할 또는 규범의 간섭 정도에 따른 분류라고도 파악할 수 있다. 즉 규제 체계를 형성함에 있어 국가가 특정 집단에 자율규제 권한을 위임하느냐, 승인하느냐, 자율규제 시행을 직간접적으로 강제하느냐 혹은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느냐에 따라 유형을 분류하는 것이다(선지원, 2022). Black(1996)은 도그마틱적인 자율규제의 정의를 시도하기에 앞서 우선 “self-regulation”이라는 용어 용례를 찾고 있다. 그에 따르면 자율규제는 “어떤 주체가 스스로를 지휘하는 규율(disciplining of one’s own conduct by oneself)”, “특정 기업의 여건에 맞춘 규제(regulation tailored to the circumstances of particular firms)” 또는 “어떤 집단에 의한 그 구성원 또는 외부인을 지휘하기 위한 규제(regulation by a collective group of the conduct of its members or others)”를 설명하기 위한 용어로 사용된다(선지원, 2022, 재인용).

자율규제의 성공적인 안착의 조건

자율규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먼저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시장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규제의 영역별·관련 쟁점별로 자율규제가 타당한 것인지, 타당하다면 어떤 자율규제의 모델이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검토를 선행해야 한다.

자율규제 역시 규제의 한 방법으로서 사회 공동체의 합의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특정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공공복리를 비롯한 공동체 전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해당 집단의 행위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다. 따라서 규제론의 관점에서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것처럼 규제의 필요성을 먼저 따진 후 가장 합목적적이고 균형 잡힌 자율규제의 방식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선지원, 2022).

벤처투자 시장의 자율규제 가능 영역

자율규제의 생성 역사와 사례를 살펴보면 산업과 시장에서의 필요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따라서 산업의 특징과 방식의 실효성 등을 감안하여 산업 영역별로 혹은 쟁점별로 적절한 형식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선지원, 2022).

벤처투자의 자율규제가 역할을 함으로써 벤처투자업계에 신뢰성, 건전성이 확보될 수 있는 영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자율규제의 영역으로 논의될 수 있는 범위는 첫째, 업무집행조합원(GP)과 유한책임조합원(LP)의 갈등, 조합과 피투자기업 간의 갈등, 그리고 업무집행조합원(GP) 내부 전문인력의 갈등 영역에 대한 예방 및 일차적 해결이 자율규제로 가능하다. 즉 업무집행조합원(GP)과 유한책임조합원(LP)의 갈등 영역인, 선관의무, 이해상충, 배분, 지분의 양도, 우선순위, 조합원 간 거래 등은 예방 및 자율적 규제로 1차 해결이 가능하다. 또한 조합과 피투자기업 간의 갈등 영역인 불공정계약, 투자수단, 모럴해저드(윤리적 영역) 등도 예방 및 자율규제로 1차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업무집행조합원(GP) 내부 전문인력의 갈등 영역인 윤리강령, 전직, 내부자거래 등에서도 예방 및 일차적 해결이 가능하다.

둘째, 조사와 교육 영역이다. 즉 선행적인 지침, 강령 등 업계 모범 규준의 마련을 포함한 조사 영력과 전문인력에 대한 전문성 교육, 조사 내용의 안내, 지침 등 자율규제 규정의 교육 등이다.

셋째, 감독 기능의 자율 수행이다. 즉 최소한의 범위에서 법이 정하는 공적 규제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독 기능의 수행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벤처투자기구의 운용사 관점에서의 자율규제 방안

자율규제가 확대된다는 것이 단순한 규제 완화 또한 무규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벤처투자기구의 운용사 입장에서 자율규제가 확대된다면 자율규제에 의하여 해결될 수 있는 영역이 구체적으로 어떠한지는 매우 중요한 질문일 수 있다. 이를 그림을 표시해보면 <그림1>과 같다.

그림 1 현행 규제 체계상 운용상의 규제 및 체계

<그림1>에 대해 개관해 보면, 벤처투자기구의 운용사는 일반적이고 포괄적으로 벤처투자기구의 재산을 관리하고 운용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벤처투자법 제52조 제1항 등). 그 의무의 큰 한 축은 이해상충 방지의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고도의 이해상충 발생 가능성이 있는 당사자와의 거래를 포함하여 비업무용 부동산 취득 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 투자금지 등 다른 입법목적에서의 제한하는 행위들을 행위 제한 규정을 통해 금지한다.

자율규제가 확대된다는 의미는 기본적으로 규제를 없애고 자율에 맡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적규제가 담당하기 어렵고 충분하지 않은 영역에 대한 역할 분담을 의미한다. <그림 1>에서 보듯이 현재 벤처투자법에 의해 명확히 규율된다고 보기 어려운 이해상충 방지의무 영역의 일부 및 법령에서 규율하지 않고 있는 나머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영역이 바로 <그림 2>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자율규제로 해결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2 자율규제에 의해 규율될 수 있는 운용사의 의무 및 규제영역

물론 현행 공적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항과 관련하여서도 공적규제보다는 자율규제에 적합한 영역(투자조합 표준 규약, 투자계약서의 내용과 관련된 사항, 조사, 교육 등)이 있을 수 있고 그 영역은 자율규제 영역으로의 이양이 가능할 것이다.

벤처투자업계의 자율규제: 시장참여자 사이의 갈등 영역에 도입 적합

벤처투자업계에 있어서 자율규제의 문제는 시장참여자 사이의 갈등 영역에서 정부 중심의 규제가 아닌 참여자 중심의 규제와 자율적 제재를 목적으로 한다. 이 중 투자조합 출자자 사이의 갈등 영역에 대한 자치 규범이 조합 규약이라고 볼 수 있으며, 펀드와 투자대상기업 사이의 갈등 영역에 대한 자치 규범이 투자계약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출자자 사이의 자치적 규범이라고 할 수 있는 규약의 표준이 참여자의 전문적인 식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마련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고, 펀드 결성 이후 출자자 사이의 규약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차적인 분쟁 조정 절차를 마련해 볼 수도 있다.

또한 펀드와 투자대상기업 사이의 갈등 영역에 있어서 보편타당한 투자계약을 마련해 나가고 이에 있어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업계 실무에 맞게 해석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차적인 분쟁 조정 절차를 자율규제로써 구상해볼 수도 있다.

본고의 후속 연구로는 해외 벤처투자 시장의 자율규제 사례를 추가 조사할 필요가 있다.

해외 자율규제 사례들의 추진 배경 및 실제 운용과정을 고찰하는 이유는 넓은 스펙트럼의 자율규제 사례를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규제 쟁점과 서비스 영역에 적합한 자율규제 모델을 찾아가는 작업 자체가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율규제 역시 규제의 한 유형이라는 측면에서 비례의 원칙과 실효성 측면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므로, 해외의 자율규제 사례들을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벤처투자 시장 현황에 비추어 적합한 자율규제 모델을 찾는데 시사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선지원, 2022).

참고문헌

김상택, 임연규, 김우경, 이지은(2016). 자율규제 확대에 따른 전문규제기관 기능 및 역할에 관한 연구, 방송통신위원회, 8.
선지원(2022). 자율규제의 유형별 사례와 플랫폼 자율규제를 위한 시사점, 경제규제와 법, 15(2), 86-104.
송화윤(2021), 가상자산 시장의 자율규제 활성화를 위한 법적 연구 – 불공정거래 규제를 중심으로 -, 증권법연구, 22(1), 한국증권법학회, 191.
왕승혜(2014). 경제행정법상 자율규제에 관한 연구 – EU·프랑스·한국 식품법제의 비교를 중심으로 -, 서울대학교 법학박사 학위논문, 19.
이민영(2010). 인터넷 자율규제의 법적 의의, 저스티스, 115, 한국법학원, 138.
임채윤, 서지영, 이광호, 김병우, 김영훈, 김병기(2006), 한국 벤처생태계 활성화 방안,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중소벤처기업부(2018). https://www.mss.go.kr/site/smba/ex/bbs/View.do?cbIdx=86&bcIdx=1007431 (2018.07.24.), 2023.04.03.
황성기(2022). ICT 분야에서의 자율규제, 공법연구, 50(3), 37.
Black, Julia(1996). Constitutionalising Self-Regulation, The Modern Law Review, 59, 26.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KVIC)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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