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금융레터

'23년 12월호

Market Watch

Vol.'23-4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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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의 전개 과정 및 요인 분석:
복잡계와 머신러닝 방법론을 중심으로1)

글. 정영식(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 본 글은 정영식 외(2023.6). ‘금융위기의 전개 과정 및 요인 분석: 복잡계와 머신러닝 방법론을 중심으로.’ KIEP 정책연구 브리핑.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정영식(2023.4.). ‘SVB발 금융불안의 구조적 요인과 잠재리스크.’ Global Issue Brief Vol.10 2023년 4월호.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글 일부를 인용하거나 참고해 작성하였음.

들어가는 글

2022년 이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금융 불안이 반복되고 있다. 2022년에 주식, 채권, 디지털자산,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였다. 이 과정에서 영국 연기금의 유동성 부족 발 금융 불안 사태가 발생하였고 아르헨티나, 스리랑카, 이집트, 레바논, 파키스탄 등 취약한 신흥국은 외환위기에 빠졌다. 글로벌 금융 불안은 2023년에도 이어졌다. 미국의 16대 은행인 SVB(Silicon Valley Bank)와 14대 은행인 First Republic Bank, 미국 가상자산 전문은행인 Signature Bank와 Silvergate Capital이 유동성 위기로 파산하거나 미국 규제 당국에 의해 폐쇄되었다. 미국발 금융 불안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스위스 2대 투자은행인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 Group)도 유동성 위기로 스위스 정책당국의 개입과 유동성 지원으로 스위스 1대 투자은행인 UBS에 매각되었다.

2023년 하반기 들어 세계적으로 금융 불안이 다소 진정되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는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 부동산개발회사의 디폴트 등 부동산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래서 본 글에서는 경제주체의 이질성, 상이한 합리성 수준, 비선형성 등 현실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머신러닝, 시스템 다이내믹스 등 비전통적 방법론을 활용해 금융위기를 예측하는 요인, 금융위기의 전개 과정을 살펴본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최근 상황을 진단하고 시사점을 제시한다.

머신러닝을 이용한 금융위기 예측 요인 분석

최근 금융위기 예측에 대한 연구의 경우 기존 조기경보시스템과 같은 방법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머신러닝이다. 첫째, 머신러닝은 회귀분석과 달리 수백 개의 거시·금융 지표를 포함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한 국가의 금융위기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자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거시·금융 지표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머신러닝은 주요 지표를 사전에 선별하는 어려움 없이 수많은 양의 자료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정보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계량경제 방법론과 달리 머신러닝은 불균형한 패널 및 빈도수가 다른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여러 종류의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으므로 기존의 금융위기 예측 방법론에서 사용하지 못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둘째, 머신러닝은 데이터 주도 방법론으로 연구자가 사전에 모형을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금융위기를 예측하는 회귀모형은 사용할 수 있는 예측변수 개수가 한정되어 있으며, 요인모형(factor model) 또한 사용할 요인의 개수를 선택해야 한다. 반면 머신러닝은 알고리즘 내에서 주요 예측변수 또는 요인을 선별할 수 있다. 셋째, 머신러닝은 다양한 비선형 모형을 사용할 수 있어 금융위기 예측변수로 사용할 거시·금융 지표 간의 비선형 관계를 고려할 수 있다. 회귀모형 같은 기존 계량경제 방법론은 비선형 관계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모형에 직접 상호작용 또는 비선형 항을 명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자가 사전에 경제지표 간 어떠한 비선형 관계가 있는지 알고 이를 특정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머신러닝은 지표 간의 비선형 관계가 있으면 발견하여 반영하기 때문에 연구자가 사전에 이를 인지할 필요가 없다.

다만 머신러닝은 예측력이 높지만, 방법론의 특성상 그 결과에 대한 해석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예측력을 높여주는 예측변수가 어떤 변수인지 분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Shapley additive explanations 방법론을 이용하면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이 방법론은 협력적 게임 이론의 샤플리 값(Shapley value) 개념을 빌려 예측변수의 예측력을 측정한다. 각 표본에 대응하는 금융위기 확률을 모형에서 구하면 이를 각 예측변수 기여도의 합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본 글에서는 머신러닝 방법론을 이용하여 금융위기를 예측하는 모형을 구하고, 예측변수의 기여도를 측정하여 금융위기 간의 패턴을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Jorda- Schularick-Taylor(JST) Macrohistory Database를 기반으로 1870~2017년 18개국의 금융위기를 예측하는 모형으로 회귀트리, 랜덤 포레스트2), CRAGGING 등 머신러닝 방법론을 사용하였고, 예측변수는 총 12개의 거시·금융 지표3)이다.

표 1 [랜덤 포레스트] 예측변수 샤플리 값 순위
주: 전체 기간(1870~2017년)은 18개국 전부, 글로벌 금융위기(2007~08년)와 북유럽 은행위기(1988~93년)는 해당 기간에 위기를 겪은 국가(본문 참조)들을 살펴봄.
자료: 정영식 외(2023.6). ‘금융위기의 전개 과정 및 요인 분석: 복잡계와 머신러닝 방법론을 중심으로.’ KIEP 정책연구 브리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p.9.

분석 결과, 랜덤 포레스트 기준으로 전체 기간(1870~2017년)의 경우 금융위기 예측에 기여도가 높은 상위 6개 예측변수는 수익률 곡선(장단기 금리차), CPI, 소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자본(주식) 수익률, 정부부채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익률 곡선(장단기 금리차)이 다른 예측변수들에 비해 월등하게 기여도가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들 6개 예측변수 기준으로 최근 상황을 평가할 때 최근 금융위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주요국의 장단기 금리차 역전 폭이 확대되고 있고, CPI는 1980년대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나머지 4개 예측변수 중 3개 변수가 소비 둔화, 높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높은 정부부채를 기록하고 있는 점도 금융위기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금융위기 사례 중 글로벌 금융위기(2007~08년)의 경우에는 수익률 곡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소비, CPI, 정부부채, 자본(주식) 수익률 순으로 전체 기간에 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정부부채의 기여도 순위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한편 북유럽 3국 은행위기(1988~93년)의 경우에는 수익률 곡선, CP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소비, 자본(주식) 수익률, 정부부채 순으로 나타나 전체 기간에 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기여도 순위가 높아졌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CPI 상승률이 높다는 점은 향후 금융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는 북구 3국 금융위기 양상에 가까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스템 다이내믹스를 이용한 금융위기 전이 과정 분석

시스템 다이내믹스는 머신러닝을 이용한 금융위기 예측 요인 분석과 달리 금융위기의 요인을 특정 변수에서 찾기보다는 순환적·인과 관계적 사고에 근거하여, 즉 시스템의 전반적인 구조 차원에서 이해하여 시스템의 내부적인 요인 간에 존재하는 피드백 구조로부터 도출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본 연구는 먼저 금융위기 인과지도를 위한 아키타입(archetype: 공통 분석 틀)을 도출하고, 다음으로 이를 활용하여 1970년 이후 발생한 주요 금융위기 사례를 대상으로 금융위기와 관련된 변수 및 시스템 구조를 설정하고 인과지도를 작성한다. 분석 대상에 포함된 금융위기 사례는 1970년대 석유 위기, 1980년대 중남미 부채위기, 1990년대 일본 및 북구 3국의 버블 붕괴, 멕시코 및 아시아 외환위기, 2000년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대 후반 신흥국 금융위기 등이다. 1970년대 이후 사례에 초점을 둔 이유는 1970년대 이후가 오늘날과 유사한 금융체제(자유변동환율제, 금융 자유화)를 갖추고 있어 최근 상황에 대한 보다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1 금융위기 인과지도 아키타입
주: 파란색은 대내외 충격 이전에 발생한 경로이고 빨간색은 대내외 충격 이후 그 여파로 발생한 경로를 의미.
자료: 정영식 외(2023.6). p.10.

시스템 다이내믹스(인과지도)를 통해 다양한 금융위기 사례를 살펴본 결과, 사례별로 금융위기의 전개 양상 및 모습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다섯 가지 특징이 발견되었다. 먼저 신용확대 강화 루프다. 완화적 통화정책과 다양한 요인이 합쳐져 신용이 확대되고, 고성장, 자산가격 상승, 금융회사 고수익, 통화가치 안정 등의 성과와 결합하면서 신용이 계속 확대 순환되는 특징이 나타났다. 다양한 요인은 사건 발생(플라자 합의, 페트로 달러4)등), 정책 및 제도 변화(금융 자유화, 경제개발계획 등), 산업 및 기술 변화(금융공학 발달 등), 경제구조 변화(생산성 등) 등이다.

두 번째로 신용 확대 강화 루프가 금융위기 리스크 축적으로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고물가, 재정수지 적자, 경상수지 적자, 통화가치 고평가, 외채 증가 등이 발생하거나, 장단기 및 통화 미스매치, 고위험 자산 투자 확대, 저신용층에 대한 대출 확대, 취약한 신흥국에 대한 자금 공급 및 투자 확대 등이 나타났다.

세 번째로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충격 요인이 존재했다. 가장 주된 충격 요인은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통화정책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정책 및 제도 변화(통화량 목표제 도입 등), 주요 정치 및 경제적 사건(독일 통일, 구소련 붕괴, 멕시코 정치 불안 등), 투자행태 변화(핫머니 공격, 자원가격 하락 등)도 충격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네 번째로 리스크 확산 요인이 존재하였다. 리스크 확산 요인은 경제주체, 금융회사, 국가 간 네트워크의 긴밀화·연계성과 이들의 행위 동조화 수준이다. 즉 이들 수준에 따라 금융위기 확산이 개별 국가 차원에서 그치든지, 아니면 지역 차원이나 글로벌 차원으로 확산되는 등 차이를 보였다. 특히 미국 등 글로벌 자금 공급국에서 금융위기 발생 여부에 따라 금융위기 확산 정도가 달랐다.

끝으로 개별 금융위기는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위기를 잉태하는 씨앗이 되었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과거 사례에서 통화정책 변화(고금리에서 저금리로 전환 등), 자산가격 변화(주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자금 운용 행태의 변화(새로운 지역 및 산업에 대해 자금 운용, 기업 대출에서 가계대출로 전환 등), 경제구조의 변화(초고금리 및 달러화 강세로 경상수지 적자 발생 등) 등이 새로운 위기를 잉태하는 대표적인 동인으로 작용하였다. 즉 과거 사례에서 금융위기의 여파 또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대응 과정에서 새로운 위기가 잉태되는 특징을 보였다.

공통된 다섯 가지 특징을 기준으로 최근 상황을 평가해볼 때 금융위기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자산시장의 과열, 레버리지 기반 고수익 추구, 자원수입국의 경상수지 및 외채 악화 등 리스크가 축적된 상황에서 금융위기 촉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는 미국 등 주요국의 급격한 통화긴축,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 충격 요인이 이미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표 2 시스템 다이내믹스 분석틀로 본 주요 금융위기 사례와 최근 상황
자료: 정영식 외(2023.6). p.14.

마무리 글

머신러닝과 시스템 다이내믹스를 이용한 분석을 통해 최근 상황을 진단한 결과, 세계적으로 또는 지역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할 위험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금융위기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가? 누구도 이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향후 금융위기의 양상은 앞서 언급한 충격 요인(미국 등 주요국의 급격한 통화긴축,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구조변화와 맞물려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2008년 이후 구조 및 여건 변화는 탈세계화(deglobalization), 중국경제의 저성장, 고물가, 비은행 및 자본시장 중심의 자금흐름, 가상자산의 급팽창 등이다.

표 3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내외 구조 및 여건 변화
자료: 정영식 외(2023.6). p.12.

특히 금융리스크 측면에서 신용위험(credit risk)5)보다 시장위험(market risk)6)을 통한, 국가 간 자금흐름 측면에서 기타 투자(대출, 무역신용 등)보다 포트폴리오투자(주식, 채권 등)를 통한 금융위기 발생 위험이 과거에 비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시장위험발 금융불안의 경우 일부 금융상품 및 금융회사가 파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 리스크(system risk)7)로 확산될 위험성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위험에 크게 노출된 증권투자가 크게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주가, 금리 등 시장가격 변동에 따른 시장위험은 순차적으로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대규모 투자 손실, 투자자의 자금 인출,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파생금융상품에서의 마진콜, 일부 금융회사 및 펀드의 유동성 부족 문제, 신용등급 하락, 파산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안전자산 선호현상 심화, 신용경색, 실물경제 타격이 발생하면서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8)

결론적으로 금융위기의 본질은 개별 리스크 요인보다는 시스템 차원의 문제에 있다는 점에서 시스템적 접근 및 인식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시스템적 접근은 금융위기 위험 진단, 사전 예방, 충격 완화, 사후 관리 등 위기관리의 모든 프로세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줄 것이다.

  • 2) 랜덤 포레스트 : 여러 결정트리를 하나로 만들어 과대적합된 트리의 평균을 산출하여 정확도를 높인 것
  • 3) 신용(Credit),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ebt service ratio), 소비자물가지수(CPI), 소비, 투자, 정부부채, 통화량(Broad money), 경상수지, 수익률 곡선(장단기 금리차), 자본 수익률(Equity return), 글로벌 신용(Global credit), 글로벌 수익률 곡선(글로벌 장단기 금리차)
  • 4) 페트로 달러 : 원유수출국이 원유판매 수익을 달러로 받고 이를 다양한 형태의 미국자산에 투자하는 방식
  • 5) 신용위험(credit risk): 거래상대방의 계약불이행에 따른 손실위험을 의미한다.
  • 6) 시장위험(market risk): 금리, 주가, 환율 등 시장가격의 변동으로 인한 금융회사 보유자산의 손실위험을 의미한다.
  • 7) 시스템 리스크(system risk): 금융시스템의 전부 또는 일부의 장애로 금융기능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못함에 따라 실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위험(IMF, FSB, BIS)을 의미한다.
  • 8) 정영식(2023.4.). ‘SVB발 금융불안의 구조적 요인과 잠재리스크.’ Global Issue Brief Vol.10 2023년 4월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p.61.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KVIC)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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