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금융레터

'23년 12월호

Market Watch

Vol.'23-4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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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혹한기 투자자의 의사결정 및 사후조치 기준 스타트업 혹한기의 일상들

글. 김성훈(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 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간 것 그리움 되리니
-푸쉬킨의 시 중 –

오늘의 결정, 오늘의 책임

우리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전망하며 오늘, 내일을 선택한다.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곧 눈앞의 현실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하여 쏘아 올린 공은 우리 앞에 도래한 미래의 현실이 되어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나를 책임으로 연결한다. 앞날을 살피지 못한 과거의 나를 책망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과거에 대해 책임을 지면서도 숙명과도 같이 오늘, 내일을 위해 선택을 한다.

2023년 현재 대부분의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다른 미래가 도래했다. 스타트업 혹한기에 많은 스타트업 투자자들이 곤혹스러운 시간을 겪고 있다. 스타트업 혹한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일반적으로 다음 세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먼저 스타트업 투자 위축으로 인하여 벌어지는 기업가치의 하향을 이야기할 수 있다. 최근 스타트업의 투자유치가 어려워지고 기업 밸류에 대한 재조정이 이루어지면서 많은 스타트업이 기존에 인정받았던 밸류보다 낮은 가치로라도 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존 최종 투자가치보다도 낮은 가치로 신주를 발행하는 것은 기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특별한 이익 없이 지분을 희석시키는 것이고 나아가 보유한 지분의 가치를 저하시킬 수 있는 이벤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투자계약서에서는 피투자기업의 신주발행에 대하여 투자자의 사전동의권 규정을 두고 있고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은 기존 밸류보다 낮은 가치로 신주를 발행하는 것을 통제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투자금을 유치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해당 기업의 존속이 어려운 경우라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난항 그에 따른 기업가치 하향은 소위 ‘저가 M&A’로 이어지기도 한다. 즉 스타트업 혹한기에는 추가 투자유치에 난항을 겪는 창업자들이 기업의 자체적 생존 및 존속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기존에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며 인정받았던 밸류 대비 상당히 낮은 주식 가치로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고자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앞서 신주발행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투자계약서에서는 이해관계인(창업자)의 지분매각에 관하여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을 부여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투자자들 입장에서 저가 M&A는 그 매각가격에 따라 해당 투자 건에 대한 손실이 확정되거나 더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야기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창업자가 ‘저가 M&A’ 또는 폐업 및 청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하는 상황에서는 투자자의 선택권과 동의권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 혹한기 어려움에 처한 스타트업이 저가 신주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저가 M&A도 하기 어려워진 경우에는 폐업 및 법인 청산에 돌입하게 된다. 사업의 중단 및 법인 청산 등도 일반적으로 투자계약 상 투자자들의 사전동의권의 동의 사항이지만 이미 경영상황 및 재무 상태상 한계에 이른 것이 명백한 경우라면 투자사로서는 부동의할 실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에는 당초의 예상과 다른 투자유치의 어려움, 기존 밸류보다 낮은 밸류로라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 회사의 경영과 존속의 한계에 따른 저가 M&A 등이 빈번히 이루어지고 위와 같은 노력들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 사업중단 및 법인 청산의 결과에 이르기도 한다. 하나같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통제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통제하기 어렵고, 손실을 감수하거나 손실이 확정되는 뼈아픈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계약상 투자자의 사후관리 관련 의사결정 단계 - 투자자의 사전동의

대부분의 투자계약서에서는 투자자에게 중요한 피투자기업의 중요 경영상 결정 및 이해관계인의 주식처분에 관한 사전동의권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앞서 이야기한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에 빈발하는 ‘신주발행’, ‘이해관계인의 주식처분’, ‘사업중단(폐업) 및 법인청산’등은 투자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손실을 입힐 수 있는 것들로서 일반적으로 투자계약 상 투자자의 사전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당 의사결정이 투자자의 손실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무조건 거부하기는 어렵다. 투자자로서는 그 의사결정 시점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동의를 하는 경우와 거부하는 경우의 상황을 비교하여 투자자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손실이 발생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덜 손실이 발생하는 방향’이라는 것도 투자와 마찬가지로 미래 예측의 영역이다. 의사결정 당시에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었지만 사후적으로 해당 의사결정이 결과적으로 투자자에게 더 손실을 야기한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라면 투자자 내 의사결정 실무자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에 따라서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투자자가 위의 각 사안에 대한 동의를 미루거나 동의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창업자가 투자자의 동의 없이 각 사안을 임의로 진행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의 없이 저가로 주식을 매각하거나, 사업중단 및 청산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경우가 많다.

사전동의 위반 행위의 경우 투자자의 사후조치

이처럼 이해관계인이 사전동의권 조항에 따른 의무를 위반할 경우, 투자자로서는 투자계약 위반에 따라 사후조치를 취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투자계약에서는 투자계약 상 사전동의권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인 또는 피투자기업이 투자자의 동의없이 ‘신주발행’, ‘이해관계인 주식처분’, ‘사업중단 및 법인청산’ 등을 진행한 경우,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에게 통상 투자금의 일정 비율로 정하는 위약벌을 청구하거나 투자금 이상의 금액으로 투자자의 지분을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주식매수청구권)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특히 위와 같은 투자자의 투자계약 위반에 따른 사후조치 권리 중 가장 강력한 것은 통상 투자원금 이상으로 설정되는 주식매수청구권(Put Option)이라고 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투자자의 선택에 따라 일정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투자자가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창업자 대주주)에게 자신이 보유한 회사의 주식 전부 또는 일부를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로서 본 권리 행사 시 투자자와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 사이의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투자자의 투자원금 및 그 이상의 금원의 회수가 가능하도록 하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회사의 경우 상법상 배당가능 이익의 범위 내에서만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고, 대부분의 스타트업의 경우 배당가능한 이익이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위 권리는 사실상 투자계약 상 각 의무 위반의 경우 이해관계인(창업자)에게 투자금 상당의 금원 반환에 관하여 사실상 연대책임을 부담하도록 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23. 4. 13. 이후부터 벤처투자조합등록 및 관리 규정의 개정에 따라 벤처투자조합의 경우에는 투자계약 상 투자받은 기업이 지는 책임에 관하여 이해관계인 등 제3자에게 연대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다음 각 경우, (i) 투자계약에서 정한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을 납입하게 함으로써 투자의 효력을 발생하게 한 경우, (ii) 투자계약에서 정한 진술과 보장 사항이 거짓으로 확인된 경우, (iii) 투자금의 사용 용도를 위반한 경우, (iv) 투자계약에 반하여 이해관계인이 주식을 처분한 경우에 관하여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제3자에게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행위는 여전히 투자계약 상 허용된다.

투자자의 의사결정 및 사후조치 기준 – 권한과 책임 사이

앞서 살펴본 것처럼 투자자로서는 투자계약에 따라 저가 신주발행, 저가 M&A 그리고 회사의 사업중단 및 청산에 반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리고 투자자의 동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인(창업자)이 임의로 위 각 행위를 할 경우 이에 대하여 주식매수청구권 또는 위약벌로 책임을 물 수 있는 ‘권한’도 있다.

때문에 대부분 펀드를 운용하는 업무집행조합원 또는 업무집행사원인 투자자로서는 위의 각 권한 행사과정에서 자신의 ‘책임’에 관하여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일견 투자자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보이는 위의 각 행위에 동의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그럼에도 위의 각 행위가 강행될 경우 사후조치 수단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에도 동의권 행사 시 반대하지 않거나 위반 행위에 대해 사후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투자자가 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을까? 극단적으로는 LP들과의 관계에서 배임이 되는 것은 아닐까?

벤처투자조합 또는 신기술투자조합을 운용하는 업무집행조합원으로서는 조합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투자계약 이후 사후관리 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아울러 이론적으로 업무집행조합원 책임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업무상 임무에 위배되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함으로써 조합에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업무상 배임이 될 수가 있다. 따라서 업무집행조합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투자자로서는 자신의 투자계약 체결 이후 사후관리 과정에서의 동의권 등 권한 행사에 따른 판단과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인지 여부에 대해 늘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법률상 선관의무 위반 여부 및 책임에 대해 판단할 때 판단의 ‘기준시점’은 그 의사결정 당시를 기준으로 한다. 즉 사후적으로 볼 때 해당 의사결정이 아닌 다른 의사결정이 더 조합 전체의 이익에 부합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할지라도 당시로서는 그러한 부분을 객관적으로 예측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이에 대해 해당 의사결정 주체가 선관의무 위반으로 책임을 부담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법률상 선관의무 위반 여부 및 책임에 대해 판단에 있어서 다른 ‘대안’의 존재 여부 및 그 ‘대안’의 적절성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가령 저가 신주발행에 동의할 경우 일단 기존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의 평가가치가 떨어질 수 있고 지분도 희석되지만 그 신주발행이 회사의 존속과 발전에 필수적인 투자유치를 위한 것이라면 이를 거부함으로써 회사의 존속이 어려워지는 것보다 투자자에게는 더 이익이 될 수 있다.

저가 M&A나 청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존속이 한계에 이르렀고 더 이상 보유 지분의 객관적인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비록 그러한 손실이 객관적으로 ‘확정’되는 상황이 될지라도 그 의사결정을 선관의무에 위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즉 해당 의사결정을 내릴 당시를 기준으로 볼 때, 그 결정이 일견 불이익을 야기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당시로서는 그보다 더 이익이 되는 다른 대안을 객관적으로 예견하거나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적어도 그 결정으로 인한 선관의무 위반의 책임을 부담하지는 않는다.

다만 투자사 실무자 차원에서는 좀 더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고 그 가이드라인에 따른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의사결정 및 사후조치의 각 객관적 기준을 설정함에 있어서 살펴야 할 주요사항과 함께 정책적 관점에서의 바람직한 방향성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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