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벤처금융 연구노트’에서 다룰 내용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들이 심사위원을 기준으로 외국 스타트업을 심사할 때 발생하는 과정과 결과에 대한 논문이다. 액셀러레이터들에 지원하는 스타트업들이 글로벌해지면서 심사위원들도 다양한 스타트업들을 접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액셀러레이터들이 과연 어떻게 글로벌 스타트업들을 평가할까?
여기서의 퍼즐은 단순하게 말하면, ① ‘심사위원이 외국의 스타트업 평가를 잘할 수 있을까?’와 ② ‘심사위원이 자신과 같은 나라의 스타트업에 대한 편향이 있진 않을까?’ 이 두 가지 경우로 볼 수 있다. 이 두 경우 모두 외국 스타트업들에 손해가 돌아가지만, 두 경우의 이유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매우 다를 수 있다.
어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에서 심사위원과 스타트업이 "무작위"로 배정되고 평가받는 것을 활용한다. 결과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심사위원들은 본인의 국적 그리고 외국 국적 스타트업들의 평가를 평균적으로 비슷하게 잘하였지만, 비슷한 수준의 두 스타트업의 경우 외국 스타트업을 선택할 확률이 더 낮았다.
초기 스타트업의 평가는 정보의 비대칭성은 물론 정보 부족으로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 그렇기에 어떤 연구들은 창업자의 정보에 기인하며 투자자들이 많은 결정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데이터를 보면 "잘" 하는 투자자와 그에 비해 투자 성공 확률이 낮은 투자자들을 구분하기도 한다. 그와 같은 상황을 보면 흔히들 말하는 "팀"의 중요성, "아이디어"의 중요성 등 스타트업을 평가하는 데 여러 기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액셀러레이터들에게 지원하는 스타트업들이 글로벌해지면서 산업에 대한 전문지식은 물론 지역에 대한 전문적 지식의 중요성도 늘어나고 있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을 잘 평가하려면 이스라엘의 ‘컨텍스트’를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만약 그런 지식의 중요성이 높아진다면, 미국 액셀러레이터의 심사위원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지원서를 평가할 때 어떤 과정과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미국 심사위원이 이스라엘 스타트업 평가를 정확하게 못하기 때문에 더 좋은 스타트업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반대로 더 좋지 않은 스타트업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두 사례 모두 액셀러레이터에게 좋지 않은 경우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나라의 스타트업에 더 후한 평가를 주는 편향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자신과 비슷한 사람, 스타트업, 인종에 관해서 편향적으로 후한 평가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 과연,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에서 외국 스타트업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 이유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연구가 사용하는 데이터는 2017, 2018년 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가 진행한 스타트업 평가 대회의 데이터를 활용한다. 심사위원은 총 1,040명으로 모두 미국/캐나다 출신이었고, 총 3,780개의 스타트업들은 북미, 남미, 유럽, 이스라엘 등에서 온 스타트업들이었다.
제일 중요한 피쳐는 심사위원과 스타트업이 무작위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결과 변수는 심사위원이 준 점수와 추천 여부이고, 독립 변수는 심사위원에게 스타트업이 외국 나라에서 온 회사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여러 가지 고정 효과 (Fixed Effect)를 통해 통제할 수 없는 많은 것을 통제한다. 그리고 추가로 사후 스타트업의 성과도 분석한다.
통계에서 아주 중요한 점을 짚고 넘어간다. 외국 스타트업과 국내 스타트업 (미국)과의 질의 차이이다. 액셀러레이터에 원서를 넣었을 당시 외국 스타트업에 비해 미국 스타트업이 약 6% 정도 높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스타트업이 약 5% 정도 밸류에이션이 높았다. 즉, 두 그룹 간 질의 차이가 미리 존재했고, 이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심사위원들은 스타트업의 질을 통제하더라도 외국 스타트업에 더 낮은 점수를 줬고 추천을 할 가능성은 약 4% 낮았다.
왜 이런 디스카운트 효과가 나타났을까? 저자들은 사후 스타트업 성과 데이터를 활용하며, 국내 심사위원도 외국 스타트업의 성공 여부를 제법 정확하게 평가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미국 심사위원이 추천한 외국 스타트업들은 추천하지 않은 외국 스타트업들에 비해 추후 펀딩과 성공 여부가 더 높았다.
그렇지만, 외국 스타트업들보다 국내 스타트업을 조금은 더 높게 평가하는 편향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이로 인해 약 20개 중 1개의 외국 스타트업을 놓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 액셀러레이터의 경우 워낙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심사위원들이 있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사람들이 심사위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는 더 한정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외국 스타트업을 심사할 경우,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먼저 한국의 벤처대회에 외국 스타트업이 지원을 한 동기부터 외국스타트업에 투자를 할 경우,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등을 생각할 것이다.
반대로, 한국 스타트업이 외국 액셀러레이터에 지원하여 합격을 하거나 지원 경험을 공유하는 사례들도 더러 볼 수 있다. 입장에 따라서 (정부의 입장이냐, 스타트업의 입장이냐, 액셀러레이터의 입장이냐 등) 이 논문이 시사하는 바는 다를 테지만, 유니크한 데이터를 이용해서 새로운 결과를 보여준 좋은 연구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