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금융레터

'23년 12월호

Market Watch

Vol.'23-4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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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주도 전환기의 모험자본시장 질적 성장 방안

글. 나수미(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 모험자본시장의 성과와 한계

양적 성장을 이룬 한국 모험자본시장

한국 벤처기업 정책의 최대 성과는 모험자본시장의 양적 성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7년부터 고금리로 인한 시장 위축을 겪기 이전인 2021년까지의 벤처투자 실적을 살펴보면 매년 역대 최대 수치를 경신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21년 벤처투자 실적은 전년 대비 3조 3,757억 원이 증가한 7조 6,802억 원(+78.4%)으로, 투자 건수, 건당 투자금액, 피투자기업 수 모두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표 1 ’17~’21년 벤처투자 추이
(단위: 억 원, %, 건, 개)
구분 ’17년 ’18년 ’19년 ’20년 ’21년
1~12월   투자금액 23,803 34,249 42,777 43,045 76,802
전년
대비
증감 - +10,446 +8,528 +268 +33,757
증감률 - +43.9 +24.9 +0.6 +78.4
  투자 건수 2,417 3,150 3,713 4,231 5,559
건당 투자 9.8 10.9 11.5 10.2 13.8
피투자기업 수 1,266 1,399 1,608 2,130 2,438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그림 1 최근 5년간 벤처투자 및 벤처투자조합 결성 실적
(단위 : 억 원) 자료 : 중소벤처기업부
(단위 : 억 원) 자료 : 중소벤처기업부

이와 같은 모험자본시장의 확장에 따라 매출 1,000억 원 이상의 벤처천억기업 수는 2018년 587개에서 2019년 617개, 2021년 739개로 연평균 8.0%씩 증가하였습니다. 또한 <표 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혁신생태계의 주요한 성과지표 중 하나인 유니콘 기업의 발생도 활발하게 일어났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유니콘 기업 누적 발생 수의 경우 미국–중국–인도–영국-독일에 이어 세계 6위 수준을 기록하였으며, 이는 경제 규모에 대비하여도 같은 순위입니다. 경제 규모에 대비하게 되면 중국, 인도와 같은 오로지 방대한 내수시장에 기반한 벤처생태계는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작은 내수시장 극복을 위해 글로벌 연계성이 강화된 이스라엘, 싱가포르와 같은 벤처생태계가 순위로 진입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 2 주요 11개국의 경제 규모 대비 유니콘 기업 수(2022년 4월 기준)
  유니콘 기업
누적 발생 수
(A)
GDP(PPP)
(천억 달러)
(B)
GDP 대비
(A/B)
미국 814 209.53 3.88 (2위)
중국 252 242.83 1.04 (7위)
인도 74 89.75 0.82 (9위)
영국 54 31.24 1.73 (4위)
독일 38 45.61 0.83 (8위)
한국 27 23.44 1.15 (6위)
프랑스 24 31.66 0.76(10위)
이스라엘 23 3.64 6.32 (1위)
캐나다 23 17.71 1.29 (5위)
브라질 17 31.53 0.54(11위)
싱가폴 15 5.60 2.68 (3위)
자료: 1) 국외 유니콘 집계 : CB Insight, 한국 유니콘 집계: 중소벤처기업부 보도자료
2) GDP - World Bank

모험자본시장의 여러 가지 정량적 지표들의 증가는 일관성 있게 지속해 온 한국 벤처기업 정책의 양적 성장의 열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험자본시장 참가자들은 대체로 이러한 양적 성장의 배경으로서 모태펀드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모태펀드는 2017년 8천억 원 대규모 추경을 시작한 것에 이어서 2020년, 2021년 2년 연속 1조 원 이상의 대규모 출자를 지속해왔습니다. 국내 다수의 벤처캐피탈 및 현업 관계자들은 최근 수년간 이루어진 모태펀드의 대규모 출자와 더불어 2020년 제정된 「벤처투자법」의 시행 등 제도개선에 힘입어 2021년 기록적인 벤처투자 성과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모험자본시장의 한계

이러한 양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한국 벤처생태계는 질적으로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모태펀드를 통한 벤처투자시장 확장 전략이 유효하였으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복합위기 장기화 우려가 부상함에 따라 혹한기에도 버틸 수 있는 벤처투자시장의 내실화가 더욱 중요해진 것입니다. 글로벌 환경도 녹록지 않습니다. 2022년에 진입하면서 글로벌 벤처캐피탈 소프트뱅크는 스타트업 투자 50~75% 감축을 예고하였으며,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도 13년간 이어져 온 벤처투자 호황의 끝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여전히 딥테크, 초격차 등 첨단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가 부족한 것도 현실입니다. 2022년 말 기준 국내 유니콘 기업 중 소프트웨어 기술 분야(클라우드 서비스 등)는 다소 존재하나 바이오 분야의 경우 에이프로젠1)이 유일하였고, 로봇 등 엔지니어링 분야의 유니콘 기업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온라인 커머스와 플랫폼 비즈니스가 한국 유니콘 기업 비즈니스 모델의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플랫폼 사업으로의 자금 쏠림현상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 한국 혁신생태계의 현실입니다. 또한 역대 유니콘 기업 중 지피클럽, 엘엔피코스메틱, 위메프, 에이프로젠 등 수출기업은 4개 수준에 불과하였는데, 한국 벤처생태계가 한 단계 더 진보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이 내수시장의 기존 참가자들과 경쟁하여 영역을 넓히며 성장하기보다는 해외 시장 진출, 신기술 개발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여전히 공적자본이 모험자본시장을 주도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합니다. 한국의 벤처투자시장은 정부 주도로 시작되고 조성된 시장으로서, 어느 정도의 공공 주도성의 발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2005년부터 20년 가까이 지속해 온 모태펀드의 역할에 대해 어느 시점에 민간 주도의 전환기를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합니다. 모태펀드 주도로 벤처투자시장이 확장되었으나, 여전히 국내 중견·대기업의 벤처기업 투자는 소극적이고 중대형 벤처캐피탈을 제외하면 모태펀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실정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벤처투자펀드의 약 2/3가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 출자를 받아 결성되고 있다고 합니다.

3高 시대 장기화 우려에 따라 저금리 시대의 유동성을 기반으로 한 양적 성장전략이 한계에 부딪히는 시점이 도래하였습니다. 이 시점에서 민간시장 중심으로 자생력을 갖고 혁신 창업기업을 육성하는 벤처생태계로의 진화를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이루어 온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벤처기업들이 경제불황의 극복에 실질적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향후 벤처투자시장 정책은 지리적·기술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이러한 벤처기업을 뒷받침하는 민간 주도의 모험자본시장 조성을 목적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벤처투자 주체 및 방식의 다양화 추구

기업의 투자자금 유인으로 모험자본시장 확장 및 선순환 유도

기업은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로서 모험자본시장에 참여하며, 일반적으로 CVC를 통한 투자도 전략적 투자의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이와 같은 기업의 벤처투자 활동은 향후 M&A를 통한 비유기적 성장전략의 기반이 됩니다. 기업은 CVC를 통해 모기업의 사업에 도움이 될 만한 벤처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일종의 M&A 후보군을 미리 확보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투자자로서 스타트업을 들여다보아 향후 M&A 시 발생할 수 있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완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이러한 비유기적 성장전략 수립은 전 세계적인 경향입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는 CVC가 벤처캐피탈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CVC는 전 세계 모든 벤처캐피탈 투자의 거의 1/4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CVC가 이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M&A를 통한 회수시장이 발달한 것도 CVC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기존 학술 연구에서도 기업의 스타트업에 대한 사전적 벤처투자와 추후 M&A 거래의 성공과의 연관성이 깊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무적 투자자보다 전략적 투자자의 자금을 조달받은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한다는 실증 분석 결과도 다수 존재하여 이 시장에서의 기업의 역할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벤처투자시장은 여전히 재무적 투자자 위주로 조성되어 있으며, 기업의 역할이 크지 않아 이에 따라 M&A 회수시장도 활발하지 않은 실정입니다. 사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들은 이미 대중이 알게 모르게 활발한 벤처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모험자본시장에 추가로 유입될 산업자본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기성 중견기업입니다. 이들의 투자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면 민간 주도의 모험자본시장 조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성 중견기업은 캐시카우를 갖고 안정적 수익 구조를 지니고 있으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습니다. 벤처기업 투자와 M&A를 통한 신사업 진출이 이들에게 새로운 성장을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중견기업의 안정된 경영 역량과 벤처기업의 역동적인 혁신 역량이 시너지를 일으켜 상호 가속 성장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일반기업 내 유보자금이 벤처투자시장으로 유입되기 위해서는 우선 전략적 투자자에 친화적인 법제 구축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모태펀드의 확장, 2020년 제정되어 시행한 「벤처투자법」 등 모험자본시장 확장을 위한 법적·제도적 노력의 대상은 주로 재무적 투자자에게 맞춰져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일반법인이 벤처투자 시 투자금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을 법인세에서 공제받는 제도(조특법 제13조의2)의 경우, 모기업이 CVC가 결성한 펀드에 출자하게 되면 세액공제 혜택이 배제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기업의 벤처투자 유인을 강화하는 의도로 도입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지배하는 CVC가 결성하는 펀드에 대한 출자는 특수관계인(법인세법 시행령 제2조 제5항)에 대한 출자가 되어 세액공제가 적용되지 않는 맹점이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일반기업이 제3의 벤처캐피탈이 결성한 펀드에 출자하더라도, 5년 이내 펀드의 피투자기업과 지배관계를 형성하면 공제했던 세금을 회수하게 됩니다. 이러한 조치는 지분투자로 시작하여 스타트업 M&A까지 염두에 두는 전략적 투자자의 행동 양식을 고려하지 않는 법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기업이 투자한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여,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벤처투자활동을 통해 중견 및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상호성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합니다. 정부의 다양한 창업보육사업 및 스케일업 지원 사업은 중견 이상 규모의 모기업과 특수관계가 있는 스타트업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일정 지분 이상의 전략적 투자가 이뤄졌어도 스케일업의 역할을 온전히 모기업이 감당하게 하기보다 벤처투자 목적의 실질이 명확한 경우에는 정부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의 전략적 투자의 경우 가치가 매우 낮게 형성된 극초기 단계부터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팅 및 액셀러레이팅에 관여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기업의 지분율이 30%를 초과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시중은행 등 모험자본시장 참가자 및 금융기법의 다양화 유도

정부는 벤처대출 등 벤처금융 기법의 다양화 및 선진화를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습니다. 2012년부터 시작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이익공유형 및 성장공유형 대출도 그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민간시장으로 투융자 벤처금융 방식이 전파되거나 스타트업 대출 시장이 조성되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중기부가 발표한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2022.11.)」에서 도입을 예고한 투자조건부 융자제도(Venture Debt)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의 벤처대출 수익 모델과 동일한 방식으로서, 금융기관은 중소벤처기업과의 융자계약과 별개로 수익의 업사이드 포텐셜(upside potential)을 위한 신주인수권 계약을 체결하고, 벤처캐피탈의 후속 투자금으로 대출을 상환받는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해당 금융기관의 역할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이 맡을 예정으로, 기존의 중진공의 투·융자 복합금융 사업처럼 금융기법의 민간으로의 확장성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투자조건부 융자 전용자금을 500억 원 규모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시범 운영한 후, 공적기금 및 민간 금융기관으로 확산시킬 예정이라고 발표하였으나, 민간 모험자본시장의 금융 역량 강화 및 금융기법 선진화라는 본질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민간 금융사로의 확산”이 정책적으로 훨씬 중요한 부분입니다. 즉 민간시장에서 금융기법이 다양화되고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제도를 통해 적절히 유인을 설계하여 먼저 민간 금융 주체들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것입니다.

즉 시중은행이 벤처기업에 대출하는 시장이 한국에 발생하기 위해선 금융공기관이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민간 상업은행이 뛰어들 수 있는 유인구조와 제도를 설계해야 합니다. 벤처대출(venture debt) 성공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은행과 벤처캐피탈의 협업 관계 구축인데, 정부는 이러한 협업 관계에 대한 유인을 제공해야 합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의 경우 금융지주사 아래 실리콘밸리벤처캐피탈, 증권사 등이 함께 있음으로써, 스타트업 발굴, 벤처대출 및 후속투자가 자연스럽게 벤처캐피탈 등 자회사 간의 협업구조에서 이루어졌던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은행-벤처캐피탈 협업구조 아래 은행은 투자자 관점을 지녀야 하는 벤처대출 실행을 위한 역량을 강화해나갈 수 있습니다. 새로 도입하는 민간 모태펀드 제도를 은행권과 벤처캐피탈의 협업구조에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고, 은행권 자금을 모험자본시장으로 유도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벤처캐피탈은 민간 모태펀드를 결성하고, 은행이 자금의 대부분을 출자하는 형태의 허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은행은 대규모 자금을 개별 펀드나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위험을 줄이고 간접 투자방식을 통해 모험자본시장 참여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벤처캐피탈이 운용하는 민간모펀드에 LP로 참여함으로써 벤처캐피탈과의 접점을 넓히고 협업 관계 구축을 촉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중의 벤처투자 촉진

2023년 1월 금융위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usiness Development Company: BDC) 제도의 도입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 제도 도입을 계기로 일반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모험자본시장으로 새로이 유입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제안들과 유인 및 제도들이 선제적으로 설계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기업성장투자기구(BDC)는 공모형 펀드로서 스타트업 및 혁신 벤처기업 등에 주로 투자하며 상장을 통해 투자재원을 확보합니다. BDC는 상장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비상장기업에 대한 다른 투자 수단보다 환금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벤처투자의 대중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과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를 결합하여 일반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그림 2]와 같이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에 대한 대중의 투자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일반 대중이 벤처캐피탈 등 전문가에 의해 운용되는 스타트업 투자펀드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출자함으로써 비상장기업 투자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스타트업과 대중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과 대중의 전문 투자자로서의 역량 부족을 완화하고 보완할 수 있습니다.

그림 2 기업성장투자기구(BDC)를 활용하는 크라우드 펀딩 모형

민간이 모태펀드를 조성할 때 대중이 출자하는 국민펀드 형태의 민간 모태펀드를 추진할 수 있도록 유인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것입니다. 직접 매력적인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벤처투자를 전문성을 지닌 모험자본시장의 기존 시장참가자에게는 민간 모태펀드의 조성 및 이에 대한 유인 강화가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입니다. 벤처캐피탈이 간접투자에 자금을 투입하여 피투자기업으로의 유동성 공급에 노드(node)를 하나 추가하는 것이 관리 측면에서 비효율적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개별 피투자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다수의 벤처투자조합에 출자하는 모펀드에 출자하여 간접적으로 벤처투자에 참여하는 것이 위험 관리 측면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벤처투자에 경험이 없는 일반기업의 자금을 유인하는 데에도 민간 모태펀드에 대한 출자가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기업 및 일반 투자자들이 국민펀드 형태의 민간 모태펀드에 출자할 때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여, 벤처캐피탈 등 민간 전문 투자기관들이 민간 모태펀드를 조성할 때 출자자로서 대중과 일반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수월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습니다.

모험자본시장 질적 성장을 위한 모태펀드의 방향성

향후 모험자본시장 정책의 방향성은 전방위적 민간 자금 유입을 유도하여 모험자본의 공공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동시에 정책자금은 선택과 집중으로 공급하여 벤처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모태펀드의 경우 스프링클러 식으로 과수원 전체에 물을 공급하는 방식을 벗어나 초기 스타트업, 혁신 기술 기반 스타트업 등 민간 자금이 아무리 확대되어도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 집중하여 한국의 미래 과실을 수확할 청사진 아래 정책자금을 공급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전방위적 민간 자금 유입을 위해 중견 및 대기업, 은행, 일반 대중들의 유동성을 추가로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즉 지금까지 모험자본시장의 확장의 역할을 공공이 감당하고 민간은 이에 쫓아가는 형태였다면, 이제 민간이 모험자본시장을 확장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공적 자금은 초격차 10대 분야 스타트업 육성, 수도권 이외 지역 혁신기업의 성장 등 구체적인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집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본 연구노트에서는 이를 위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제안들을 고민하고 제시해보았습니다. 정부는 다양한 민간 시장 참가자들 및 향후 참가자가 될 주체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민간 주도로의 전환기라는 중요한 분기점에 있는 한국 모험자본시장에 면밀하고 사려 깊은 정책과 유인 설계를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 1) 2022년 10월 M&A로 회수하여 유니콘 기업을 졸업함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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