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금융레터

'23년 12월호

Market Watch

Vol.'23-4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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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에 도움이 될까?1)

글. 강석헌(캘리포니아대학교 기술경영학과 교수)
1) 본 칼럼은 필자가 논문의 주요 내용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Are seed accelerators status springboards for startups? Or sand traps?)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002/smj.3490

소개 및 요약

이번 호 ‘벤처금융 연구노트’에서 다룰 논문은 액셀러레이터가 스타트업의 팔로우 펀딩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이다. 액셀러레이터는 여러모로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역효과가 나는 경우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때도 있다. 그럼, 과연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의 팔로우 펀딩에 어떤 영향을 줄까?

스타트업이 액셀러레이터에 들어가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 처음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스타트업이기에 좋은 액셀러레이터에 들어가면서 트랙션을 만들고 그 트랙션을 활용하여 다른 스타트업 투자자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액셀러레이터들이 많아지면서 액셀러레이터에 들어간다고 더 유명한 벤처캐피탈 투자자들과 연결되는 데에 과연 도움이 될까?

저자들은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액셀러레이터가 스타트업이 유명한 VC에게 투자를 받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하지만, 이 효과는 상당히 소수의 액셀러레이터와 소수의 스타트업에만 적용되며, 대부분의 스타트업의 경우 액셀러레이터에 들어가는 효과는 미미하거나 심지어 부정적인 경우도 있다.

연구 내용 및 논리

논문에서는 High-status (높은 지위) VC를 많이 언급한다. 높은 지위라는 단어가 조금은 어색하게 들리는데, 그만큼 VC 중에서도 잘 알려진 VC와 그렇지 못한 VC가 있다는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스타트업들은 잘 알려진 VC에게 투자를 받기를 원한다. 그만큼 VC에게 받는 것은 투자금도 있지만 부수적인 것들이 많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잘 알려진 VC에게 투자를 받기란 쉽지 않다. 잘 알려진 VC들은 그만큼 많은 스타트업 딜들이 들어올 것이고, 게다가 잘 알려진 VC일수록 자신들의 인적 네트워크도 고도화되기 때문이다.

액셀러레이터는 어떻게 보면 잘 알려진 VC들에게 눈에 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전과 다르게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일 수도 있으며, 그로 인해 아무것도 없는 스타트업이 잘 알려진 VC에게 투자를 받음으로써 디딤돌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액셀러레이터가 스타트업에 어떤 효과를 주는지는 단언하긴 힘들다. 과연 액셀러레이터의 주요 기능은 무엇일까. 위에서 말한 "시그널" 제공이 주요 기능일까? 아니면 실제로 스타트업에 조언과 투자금을 통해 "트레이닝" 제공이 주요 기능일까? 물론 둘 다이겠지만, 이 논문에서는 "시그널"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다.

"시그널" 제공의 기능은 조금은 긍정적인 시그널링을 표하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시그널"이 있다는 가설도 있다. 액셀러레이터가 많아지고, 액셀러레이터를 통한 스타트업들이 많아지면서 실제로 질 좋은 스타트업은 굳이 액셀러레이터 없이도 트랙션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액셀러레이터에 들어간 스타트업은 '그저 그런' 스타트업이진 않을까라는 의문을 남길 수도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데이터 및 방법론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 논문은 두 가지 데이터를 활용한다. 첫 번째 데이터는 액셀러레이터에 참여하였거나, 거의 참여할 뻔했던 235개 스타트업들이고, 꽤 지위가 높은 액셀러레이터에 2011~2012년까지 코호트로 원서를 냈던 샘플이다. 그리고 이 중 85개 스타트업들이 팔로우온 펀딩을 받았다고 한다. 팔로우온 펀딩 결과도 다르고 액셀러레이터에 참여할 뻔했지만 참여하지 않은 스타트업들도 있기에 인과관계를 보기에는 조금 더 유리한 샘플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데이터는 미국을 베이스로 한 3,702개의 초기 스타트업들을 데이터로 삼는다. 이 중 1,501개 스타트업이 2005~2017년까지 111개의 시드 액셀러레이터에 참여하였다. 이 데이터에서도 마찬가지로 액셀러레이터의 지위에 따라 어떤 팔로우온 펀딩을 볼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두 가지 데이터가 필요했던 이유는 아마도 첫 번째 데이터를 이용한 결과만 보면 일반화하기 힘든 것이 단점이었을 것이고, 두 번째 데이터를 이용한 결과만 보여주면 인과관계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들은 두 가지 데이터를 활용해 각 데이터의 약점을 잘 보완했다고 볼 수 있다.

연구 결과

첫 번째 데이터를 이용한 결과는 샘플 수가 적고 간단명료한 결과를 보여준다. 액셀러레이터에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는 약 VC 랭킹 200위에 해당하는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았지만, 액셀러레이터에 참여할 경우는 평균 106위에 해당하는 투자자에게 팔로우온 투자를 받았다.

두 번째 데이터에서는 조금 더 전반적인 패턴을 보여준다. 상위 25개 액셀러레이터 중 무려 21개 액셀러레이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은 평균적으로 지위가 높은 VC에게 투자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러 가지 추가 분석으로 정확한 매커니즘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결론이 명확하지는 않다. 그래도 Learning (액셀러레이터로부터 배우는 효과)보다는 Signalling(액셀러레이터에 참여했으니 그래도 어느 정도 퀄리티가 있겠지라는 효과)가 조금은 더 명확하게 보였다.

결론

조금은 아쉬운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액셀러레이터 레벨의 데이터를 잘 활용하여 이전 논문들이 정확하게 보여주지 못했던 효과들을 조금은 보여준 논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액셀러레이터 개수가 늘어나면서 이런 시그널링이 조금은 줄어들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반대로 높은 지위와 낮은 지위의 액셀러레이터의 간극은 조금 더 커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Y 콤비네이터에 대해서도 이제는 위기가 왔다. ‘더 이상 훌륭한 스타트업을 배출하지 못한다’라는 설이 있음에도, 아직도 YC에 들어간 스타트업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언젠가 YC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연구도 꼭 볼 수 있기를 바란다.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KVIC)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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