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이하 M&A)은 기업의 대표적인 투자방식 및 성장전략의 하나로서 개별 기업의 성장성 제고를 위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 이외에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M&A는 기업 간 경영자원의 재배분을 통하여 경제 규모를 확대하고 생산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M&A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구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창업·벤처생태계의 회수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통해 벤처투자의 선순환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나라 M&A 시장은 대표적 재무적 투자자로서 2010년대부터 급성장하기 시작한 PE 투자의 활성화로 꾸준한 성장을 시현하였으며 PE 바이아웃이 전체 M&A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같은 시기 해외 M&A 시장은 우리나라와 같이 PE의 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전략적 투자자로서 GAFAM(Google, Apple, Facebook, Amazon, Microsoft) 등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한 스타트업 인수가 이루어지면서 기업 생태계의 역동성이 크게 제고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혁신 기회를 외부에서 조달하거나 잠재적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의 산물이다.
2022년 중반 이후 국내외 금리 인상과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M&A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이전부터 진행되어 온 저탄소 경제 전환과 4차 산업혁명의 전개 등 경영환경 변화로 인해 M&A는 기업이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가 되었다. 사업재편과 같은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M&A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국내 M&A 시장 현황 및 특징에 대한 정량적 분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M&A 시장을 통시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외감기업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연구가 많지 않았다. 본고는 이러한 그간의 연구의 공백을 메우고자 개별 국내 M&A 자료를 취합하여 제공하는 더벨 DB를 활용하여 국내 M&A 시장의 현황을 살펴보고, M&A 거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무적 선행요인을 분석하였다. 이때 M&A가 매각 주체보다 인수자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인수자 관점에서 어떠한 재무적 요인이 M&A 거래로 이어지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국내 M&A 분석자료로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종결 기준 총 3,138건의 M&A 거래 자료를 사용하였으며 이 중 전략적 투자자인 기업의 M&A 인수거래는 2,439건이다. 본고에서의 국내 M&A 거래는 매수자·매도자 중 일방 또는 피인수기업이 국내에 소재하는 경우로 정의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전반적으로 국내 M&A는 2010년 이후 거래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였다. 2010년 국내 M&A 거래 건수는 200건, 거래 규모는 36.1조 원 수준이었으나, 2021년까지 평균적으로 상승 추세를 이어가며 거래 건수 367건, 거래 규모 123.4조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였다. 2022년은 금리 인상 기조로 M&A 거래 건수 299건, 거래 규모 56.3조 원으로 급감하였다. 동 기간 평균 M&A 거래 규모를 살펴보면 2010년 1,580억 원에서 2022년 1,880억 원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한편 국내 M&A를 매수자와 매도자의 소재지 기준으로 구분할 경우 국내 매수자와 국내 매도자 간 M&A 비중은 거래 건수 기준으로 2010년 70% 수준에서 2022년 말 80%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하여 국내 시장참여자 간 거래를 중심으로 M&A 시장이 형성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M&A 거래유형은 인수 방식이 거래 건수 기준 77.7%, 거래 규모 기준 57.6%를 차지하고 있으며 M&A의 3대 거래 방식으로서 인수, 합병, 영업양수도를 합산할 경우 거래 건수의 92.9%, 거래 규모의 84.4%를 차지하고 있다. 상장기업이 거래대상인 M&A의 비중은 거래건수의 19.8%, 거래비중의 33.4%를 차지하여 국내 M&A 거래의 특징 관련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비상장기업을 포괄하는 M&A 거래의 분석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인수자 유형별로는 표본 기간 대표적 재무적 투자자인 PE에 의한 바이아웃 M&A의 비중이 727건으로 전체의 24.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PE의 비중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었으며 2017년의 경우 최고 32.6%를 기록한 바 있다.
M&A 거래에서 재무적 투자자는 투자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하거나 인수 이후 가치제고 활동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인 후 매각한다. 반면 전략적 투자자는 전술한 개방형 혁신 활동의 일환으로 M&A를 추진하거나 시장 및 고객의 획득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하는 동기로 M&A 거래에 참여한다. 따라서 재무적 투자자에게는 인수를 위한 자금의 비용과 인수금융 접근성이 M&A 인수거래에 중요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PE 등 대체투자 분야로의 급속한 자금 유입과 저금리 추세는 재무적 투자자 간 또는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 간 인수 경쟁의 심화로 이어져 인수가격이 꾸준히 상승하였다. 한편 전략적 투자자의 경우에는 범위의 경제와 같은 사업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해 타 업종으로 인수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M&A 시장에서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의 인수거래의 특징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재무적 투자자의 경우에는 인수 시 가치평가배수를, 전략적 투자자의 경우에는 동일 업종 내 인수거래 비중을 살펴본다.
먼저 재무적 투자자의 가치평가배수를 살펴본다. 가치평가배수로는 피인수기업의 재무구조에 관계 없이 가치평가배수를 측정할 수 있는 기업가치(EV)/매출액을 사용한다.1) 인수자 유형별로 M&A 인수거래의 가치평가배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전략적 투자자가 더 높은 가치평가배수의 인수대금을 지급한 연도가 2010~2022년의 13년 중 3년(2018~2020년)에 불과하다. 이는 일반적으로 전략적 투자자는 피인수기업이 창출하는 시너지 가치로 인하여 재무적 투자자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음에 비추어 볼 때 이례적이다. 이러한 결과는 2010년대 급증한 PE 자금모집, 인수금융 접근성 확대 및 금리 하락 등으로 인해 가격 상승이 일어났을 수도 있으나 재무적 투자자의 인수대상이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과거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유휴자산의 매각 등에 의한 수익 창출 방식을 주로 사용했던 PE 투자가 2000년대 들어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투자로 변화하는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편 성장기업의 엄밀한 정의가 어려우므로 성장기업을 바이오·제약, ICT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등과 관련된 업종으로 조작적으로 정의하면 2010년대 후반 들어 국내 재무적 투자자의 성장기업 인수 시 가치평가배수가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가 확인된다. 동 기간 전략적 투자자의 가치평가배수도 증가하였지만 재무적 투자자의 가치평가배수가 더 높은 비율로 증가하였다.
다음으로 전략적 투자자의 인수거래를 인수업종의 연관성을 기준으로 살펴본다. 표준산업분류 상 중분류와 소분류를 기준으로 동일 업종 내 기업을 인수한 비중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중분류 기준으로 동 비율은 2013년 최고점인 34.2%를 기록한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며 이는 소분류 기준으로도 유사하다. 한편 타 업종 내 기업 인수 현상은 주로 인수거래가 활발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도·매업, 전자부품업 등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전술한 바와 같이 투자 기회 획득을 위한 성장형 인수의 확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재무적 투자자는 일반 기업이 아니므로 전략적 투자자에 한하여 기업의 재무적 특징이 인수거래 참여 빈도와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분석한다. 기업의 인수 결정에는 자산규모와 재무적 특징뿐만 아니라 가치 창출 동기, 기술 및 규제 변화와 관련된 동기, 그리고 금융시장 여건에 따른 동기 등 다양한 동기가 작용한다. 따라서 인수거래의 동기를 분석함에 있어서는 특정한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할 필요가 있다. 본고는 전술한 다양한 인수거래 동기 중 인수기업의 재무적 특징에 초점을 두어 분석한다. 이때 재무적 특징으로는 기업규모, 성장성, 수익성, 현금흐름, 보유현금 및 무형자산 규모 같은 기본적인 재무변수를 설정한다. 재무적 특징의 대리변수로 기업규모는 총자산, 성장성은 과거 3년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 수익성은 ROA, 현금흐름은 총자산 대비 영업현금흐름, 보유현금은 총자산 대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사용한다. 한편 자산구조를 반영하기 위해 무형자산 규모를 고려하며 이때 무형자산 규모는 과거 인수거래로부터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무형자산의 장부가액에서 영업권을 차감한 수치를 총자산으로 나누어 사용한다. 한편 부채구조를 반영하기 위해 장단기 차입금을 총자산으로 나눈 차입금비율을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재무적 특징은 아니지만 업력은 성장동력 확보 동기와 관련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인수기업의 특징으로 업력을 반영한다. 모든 변수의 측정은 인수거래년도의 직전년도 말 재무제표 수치이다.
인수기업의 재무적 특징과 인수거래 참여 빈도 간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표본기간 전체 외감기업을 모집단으로 하고 분석 재무변수의 크기에 따라 모집단을 20분위로 나눈다. 그리고 각 분위에 속한 차년도 인수기업 수를 해당 분위 기업 수로 나누어 인수거래 참여 빈도를 산출하였다. 먼저 기업규모의 경우 기업규모가 클수록 인수거래에 참여하는 빈도가 거의 비례적으로 증가하였으며, 인수거래 참여는 대부분 상위 3개 분위에서 발생하였다. 업력의 경우도 업력이 증가할수록 인수거래 참여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데 업력이 30년 이상일 경우 인수거래 참여 빈도가 증가하기 시작한다. 반면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의 경우 매출액 증가율과 ROA가 낮은 상황에서는 동 지표가 개선될수록 인수거래 참여 빈도가 증가하나,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동 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인수거래 빈도가 증가하지는 않았다. 현금흐름과 보유현금도 매출액 증가율과 ROA와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는데, 동 지표의 일정 수준까지는 인수거래 빈도가 증가하였으나 동 지표가 추가적으로 증가하여도 인수거래 빈도는 증가하지 않거나 소폭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부채구조와 자산구조를 대표하는 차입금비율과 무형자산비율은 인수거래 참여 빈도와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차입금비율이 높아질수록 인수거래 빈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무형자산비율이 높아질수록 인수거래 빈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본고의 분석 결과는 잠재적 인수기업의 인수거래 참여에 이른바 재무적 제약(financial constraint)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총자산으로 측정되는 기업규모, 추가 차입 여력을 나타내는 차입금비율, 인수재원 또는 투자 기회 확보를 위한 예비적 동기의 보유현금은 인수거래 참여를 위한 재원의 조달 가능성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한편 무형자산비율이 높은 기업은 혁신 활동의 강도가 높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업은 인수 활동을 통하여 무형자산 가치를 높이려는 동기가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가치 창출이 가능한 인수 기회가 있는 잠재적 인수기업이 충분한 인수재원을 가지지 못하여 가치 창출의 기회를 살릴 수 없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 기업의 인수재원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인수거래가 가치 창출의 가능성은 높지만 투자위험 및 불확실성으로 인해 은행이나 자본시장을 통한 인수재원의 조달이 어려울 경우 정책자금을 공급해 인수재원의 접근성을 확대한다면 M&A의 긍정적 기능이 발휘될 수 있다. 이때 M&A에 따르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인수금융 관련 기존의 정책금융 방식인 대출형 인수금융을 보완할 수 있도록 지분형 인수금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정책금융이 출자하는 정책펀드가 인수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증자 대금이 동 기업의 인수 활동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 즉 성장자본 투자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만약 동 방식에 따르는 인수기업의 지분 희석 우려가 있을 경우 피인수기업에 대하여 정책금융이 인수기업과 매칭투자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한편 무형자산은 담보가치가 낮으므로 무형자산이 많은 기업은 외부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전술한 인수기업에 대한 성장자본 투자 또는 매칭투자 방식은 특히 무형자산이 많은 기업의 인수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형자산이 많은 기업의 비중이 점차로 증가하는 기업 생태계에서 무형자산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IP) 금융을 활성화하는 것도 M&A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