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인베스트먼트에서 토스 초기 멤버이자 '유난한 도전'에 여러 번 언급되는 김유리님을 그로스 파트너로 모셨다는 뉴스가 2023년 4월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10월 베이스인베스트먼트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Entrepreneur In Residence(EIR)’라는 생소한 직함을 달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공식적으로 동 직함을 달고 외부에 노출되는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VC의 EIR들이 의례 그렇듯이 포트폴리오 사에 도움을 주면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으실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벤처 투자자 - VC 들은 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어떤 역사가 있어 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벤처캐피탈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한 경험이 많거나, 특별한 기술이나 산업에 대한 경험이 많은 분들이 회사에 소속되어 창업 준비와 포트폴리오 기업들에 도움을 주는 포지션을 일컫습니다. 연쇄 창업 경험, Financial, Tech, Product, Sales, Strategy, Sales 등 다양한 경력과 경험을 빌려옵니다.
2013년 기사를 통해 보면 EIR를 초빙 기업가, Entrepreneur in Residence, 상주기업가, 사내 기업가라는 다양한 단어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창업을 준비하거나, 벤처캐피탈 사의 포트폴리오 중 한 곳에 C레벨로 들어가기 전에 여러 회사를 만나볼 수 있는 중간 교두보로서의 포지션을 상호합의에 취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상호의 이득이 맞아 실리콘밸리에서 VC들이 잉여의 현금흐름이 생기는 시점부터 굉장히 많이 이뤄진 실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CapitalEDGE의 “Sutter Hill Ventures”에 스토리가 자세히 나와 있는데 2008년 야후에서 VP of Product를 역임했던 마이크스파이저가 2009년 Sutter Hill Ventures에 합류한 후 본인의 가설(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와 데이터 아키텍처)로 유사 회사들에 꾸준히 투자하며 SnowFlake 창업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2~3년간 스텔스 모드로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2014년 10월 처음으로 서비스를 대중에 공개하고 굉장히 비약적인 성장을 달성합니다. 시장이 혼란한 지금 와중에도 시가총액을 65조 원을 넘을 정도로 상장 후에도 견고한 기업으로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들의 성장을 설명하는 인큐베이션 플레이북까지 있습니다. Sutter Hill Ventures는 통상적인 VC라기에는 약간 전문가 창업 지원 + 투자 집단으로 보이고, 행동주의적 VC의 행태를 띠고 있기에 굉장히 과감합니다. 2~3명의 창업자를 찾아 같이 회사를 만들고 나아가는 구조입니다.
2010년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보면 NEA의 Data Domain, Accel의 MetroPCS, Zimbra, Cloudera, Crosslink Captial의 Sea Micro, Redpoint Ventures 등 굉장히 많은 실험이 진행되었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도 유명한 VC들인 것을 보면 투자에 대한 실력은 여전한 회사들이지만, EIR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우는 실험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 벤처캐피탈들은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회사의 규모를 키우고 있는데 EIR프로그램에 대한 본인들의 철학이 계속해서 디벨롭되지 않는 데에는 몇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스마트폰이 열어준 스타트업들의 기회의 창이 좁아지는 이때에 모바일 퍼스트 시대의 주요 멤버분들이 국내에서 회사를 나와서 국내 VC의 EIR 프로그램에 조인하는 것은 한 시대가 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렇다면 각 회사의 EIR 분들은 국내에 어떤 트렌드를 기대하는지 보려고 합니다.
2011년 7월에 출시되어 카카오톡과 정면 대결하다 2012년 4월에 SK플래닛에 인수된 모바일 메신저 틱톡이 기업으로써 국내 VC의 EIR 케이스 중 회수까지 성공했습니다. 출시 5개월 만에 1,000만 명까지 유저가 늘었는데 결국 카카오톡의 선점 네트워크 효과를 뚫어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출시 당시에 속도가 훨씬 빠르고 텔레그램처럼 접속 중, 입력 중이 나왔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NHN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던 김창하님은 2010년 8월에 본엔젤스의 1호 EIR이 되었습니다. 그후 약 4개월간 김창하님은 한편으로 창업아이템을 구상하면서 한편으로 창업에 동참할 Co-Founder를 물색하였는데요. 그 기간동안 본엔젤스의 인적네트웍과 노하우, 파트너들의 조언을 충분히 흡수하고 활용하게 됩니다. 이러한 결과로서, “틱톡”을 구상하여 개발하기 시작하였고, 본엔젤스의 인적네트웍을 통해 Co-Founder들도 만나게 되어, 2011년초 매드스마트를 창업하였습니다. 창업직후에 본엔젤스가 매드스마트에 초기투자를 하게 되었고요. “틱톡”의 급속한 성장에 힘입어, 2012년 초에 SK플래닛에 M&A되었으며, 현재는 제 2의 도약을 하고 있습니다.
2012년 본엔젤스의 예비 창업자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과거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당시 본엔젤스는 세 가지 케이스를 지원하고 있었는데요.
'본엔젤스 포트폴리오 회사 공동창업자로서의 자질에 손색이 없으신 분. 기본적으로 창업에 대한 열정이 넘치시는 분을 찾습니다.'
당시 실리콘밸리에서 EIR를 도입한 결과들이 나오고 있던 타이밍에 빠르게 본엔젤스에서 시도했다는 것이 굉장히 멋지네요. 장병규 의장님의 리더십하에서 운영될 때라 그런가 다양한 궁금증이 피어오르네요. 2015년에도 생각을 밝힌 기사가 있습니다.
MBA와 같은 경영대학들은 학생들이 기업가 정신에 대한 이해와 참여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EIR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많습니다.
카카오가 2021년 지분 50%를 1,800억 원에 인수하며 2018년에 설립된 스타트업치고는 굉장히 빠른 성과를 보인 사례가 있습니다. 사실 대외적으로 EIR라고는 공표되어 있지는 않지만 TBT파트너스의 이람 대표님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며 시작된 스타트업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퍼져있습니다.
이람 대표님은 싸이월드 미니홈피, 네이버블로그, 카페, 밴드, 스노우, 후스콜, 워치마스터 프로젝트에 있었던 한국 서비스 기획이라는 직무의 끝판왕분이 만든 회사다 보니 Sutter Hill Ventures를 벤치마크한 건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비슷한 행보를 가고 있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현재도 몇몇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500스타트업의 지원, IMM-포스코기술투자의 10억 원씩의 투자를 유치하여 시작됨
현재는 라쿠텐에 인수된 센드애니웨어의 제품과 비슷한 것이 신기합니다. 센드애니웨어의 창업 시기인 2012년과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항상 당대의 고객들이 원하는 비즈니스 니즈라는 것이 있고, 계속해서 변화해오는 것 같습니다.
2023년 8월 11일자 아티클인 만큼 가장 최신의 EIR 공표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Venturer at Port이라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알코그램, 망고플레이트, 센드버드, 칼데아라는 회사의 경험을 갖고 계신 이예겸님, 망고플레이트, 센드버드, 칼데아에서의 경험이 있으신 정우영님 두 분이 합류하였다고 합니다. Digitalization의 산업 관점에서의 사업 기회를 찾고 계시다고 합니다.
제목은 과연 차세대 유니콘 스타트업이 EIR 분들을 통해 나올지를 이야기했지만, 중간에 이야기했듯이 중간자적 포지션이고 VC-EIR 분들의 상호간 이해관계가 맞기 때문에 생긴 단기적 관계로 끝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어마어마한 스타트업이 생길 것인가도 중요하게 집중해 볼 만한 포인트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각 벤처캐피탈 사들의 포트폴리오 스타트업들이 EIR분들과의 미팅을 통해 충분히 Value-Up 된다고 느끼고, 각 벤처캐피탈 사들의 자체적인 체질 개선이 있다면 충분히 상호간 효용이 충분한 관계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 포지션들이 더 많이 생길지, 누가 조인할지를 지켜보는 게 더 올바른 관점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