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기성세대와 구분해 젊은 층을 아우르는 말로 사용된 MZ세대 중 M세대가 기성세대로 접어들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잘파(Zalpha)세대’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잘파세대란 MZ세대 중 Z세대와 M세대의 자녀인 α세대를 통칭하는 용어로 '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인구집단을 의미하여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의 25%를 차지한다. α세대라는 용어는 호주의 미래학자이자 인구통계학자인 마크 매크린들이 10여년 전 처음으로 사용했으며, 세대 전체가 21세기에 태어난 첫 번째 세대다. α세대는 전 세계적으로 매주 280만 명씩 태어나고 있으며 '25년이 되면 22억 명(전 세계 인구의 1/4)에 달해 조부모인 베이비붐 세대의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잘파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이전세대보다 빨라진 신체적 성숙도와 더불어 왕성한 정보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모바일 네이티브’를 넘어 ‘AI·챗봇 네이티브’라 불리우며 디지털 콘텐츠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오프라인 경험을 특별하다고 여기며 이러한 성향은 α세대에게서 더욱더 강하게 나타난다.
잘파세대 중 Z세대는 이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해 빠른 속도록 경제 활동의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세계 출생 1세대인 Z세대가 노동 시장에 진입해 기성 세대도 이에 적응하도록 이끌면서 Z세대 혁명이 시작되었으며 '25년이 되면 Z세대의 노동력이 전 세계 노동력의 약 27%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BofA는 Z세대는 경제, 사회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세대가 될 것이며 '31년에는 밀레니얼의 소득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Z세대의 경제력은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부모 세대로부터 재산을 물려받기 시작하면 자산 규모와 구매력이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주체적 소득·소비 활동이 불가한 α세대도 부모·조부모의 영향으로 본인 명의 자산 형성시기가 빨라지고 있으며 가정 내 소비 여정에서 숨은 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22년 말 미성년 주식 보유자는 약 76만 명으로 '19년 말 대비 7배 이상 증가했으며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증여하는 세대생략 증여가 늘고 있다. 또한 초저출산에 따른 한 자녀 쏠림 현상으로 밀레니얼 부모의 소비력이 α세대에게 집중되고 프리미엄 소비가 확산되면서 관련 시장의 성장은 뉴 맘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판을 형성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잘파세대가 양적, 질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인구 집단으로 부상하면서 금융사들도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잘파세대의 절반 이상이 ‘금융/경제 교육이 국영수 과목보다 더 중요해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부모도 62%가 공감하고 있다. 잘파세대 내에서도 학령기가 높아질수록 그 인식이 강해진다. 초등생(56%) < 중학생(62%) < 고등학생(70%) < 대학생(73%) 순으로 금융/경제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잘파세대의 금융에 대한 관심정도를 보기 위해 최근 관심사 또는 실천하는 활동을 조사한 결과 ‘학업 성적/시험(58%)’이 1위 ‘앱테크(55%)’가 2위, ‘용돈마련(54%)’이 3위로 나타나 생애주기상 주요 과업인 학업, 시험에 대한 관심 만큼 금융경제에도 유사한 수준의 관심이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잘파세대는 금융에 대한 관심도 만큼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는데, 잘파세대의 90%이상이 금융 거래 시 애로사항이 있다는 결과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알파세대 대부분이 (나이로 인한 거래 제한을 제외하고) 용어의 어려움, 금융교육 및 지식 미흡 등으로 인하여 관련 분야에 대한 이해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낀다.
잘파세대는 학령기에 따라 금융기관에 대한 가치 인식에 차이를 보이며 전통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이미지가 뚜렷하게 구분되어 형성되어 있다. 잘파세대가 생각하는 전통은행의 주된 이미지는 ‘전문성’과 ‘안정성’이며 인터넷전문은행은 ‘앱 편리성’과 ‘대중성’이다. 금융기관에 대한 가치 인식은 초등학생은 은행은 돈을 ‘안전히 모으는 곳’, 중·고등학생은 ‘편리하게 쓰는 곳’, 대학생은 ‘보관하는 곳’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자산관리 측면에서의 가치보다 주고받고 보관하는 기능적 측면에 은행의 가치를 두고 있다.
잘파세대는 주 소득원인 ‘용돈’을 기반으로 특정 미션을 수행하고 리워드를 받는 ‘앱테크(App-tech)’를 통해 추가 소득을 확보하여 소비와 저축의 기반을 마련한다. α세대의 97%, Z세대의 80% 이상이 용돈을 받으며 잘파세대의 약 80%가 앱테크 참여로 용돈을 추가 마련하고 있다. 앱테크의 경우 참여자의 절반은 매일매일 참여할 만큼 앱테크가 일상화되어 있다.
소비 시에는 주로 체크카드를 이용하며 용돈의 일부로 목표 기반 저축을 생활화하고 있다. 잘파세대가 지출 시 이용하는 주된 수단은 체크/선불카드로 α세대는 전통은행, Z세대(중고등학생)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카드 이용률이 높다. 잘파세대의 2/3가 용돈을 남겨 저축을 하며 α세대의 저축률이 Z세대보다 높고 두 세대 모두 취미 및 문화생활, 전자기기 구입 등 목표 기반 저축을 지향한다.
잘파세대가 금융기관과 첫 거래를 하게 되는 주된 계기는 ‘부모님의 금융상품 가입’으로 부모의 영향이 절대적이며 다음은 ‘집 근처에 은행이 있어서’다. 부모가 자녀 명의 첫 상품 가입 시 본인의 주거래은행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고 이에 따라 잘파세대의 첫 거래은행이 전통은행인 비율이 높으나 현재 주거래 기관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금융의사결정에 있어 부모 의존도가 감소하고 본격적으로 모바일 뱅킹과 핀테크 앱을 이용하게 되면서 전통은행에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이탈하는 것이다.
하지만 잘파세대에게 어른/직장인이 되어 자산이 형성되었을 경우를 가정하고 물어보면 영업점 직원의 응대가 있는 대규모 전통은행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응답한다. 금융회사 선택 시 안정성과 신뢰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전통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을 구분해 인식하고 있는 것이 거래 의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잘파세대는 어떤 금융상품에 관심이 있을까? α세대는 본인명의의 체크카드, 중학생 이후는 주식투자에 관심이 높아지며 미션 달성 시 소액의 경제적 보상/포인트가 주어지는 서비스가 탑재된 앱을 기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금융수업이나 환율 등 금융/경제 원리 습득에 대한 니즈 또한 높다. α세대의 부모는 돈이나 금융상품 개념 설명, 금융 관련 체험 등 자녀가 원리를 체득할 수 있는 조기 교육에 대한 니즈가 높게 나타났다.
실제 금융회사들도 잘파세대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잘파세대와 이들 부모 세대를 타깃으로 상품과 체크카드 출시, 유스 전용앱 런칭,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다각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사 관점에서 잘파세대는 아직 온전하고 독립적인 소비자 지위를 갖지 못하나 양적, 질적으로 상당한 잠재력을 보유한 소비집단으로 지속적 관계형성을 통한 마인드쉐어를 선점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잘파세대가 성장해 자산 관리 시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관계’ 유지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단, 잘파세대를 디지털 only 세대로 부르지만 디지털은 이 세대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수단일 뿐 이들 또한 인간 본연의 욕구는 동일하게 지니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