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3일 오전, 익숙하지 않은 법원 홈페이지에서 판결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저뿐만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참의 기다림 끝에, ‘특정 주주에게 사전동의권을 부여하는 것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네 글자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의 시작은 피투자사(피고)가 투자계약서 상 사전동의권을 어기고 신주발행을 진행하여 이에 투자자(원고)가 투자금 반환 및 위약금을 청구한 민사 소송이었습니다.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2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이 엇갈렸으나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을 하며 고등법원에서 다시 심리하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법률적 쟁점에 대해서는 법무법인 미션 김성훈 변호사님의 ‘투자계약상 투자사 사전동의권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의의’을 참고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판결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사전동의권’은 투자자 입장에서 소수 주주권을 보호하고 사후 관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요한 권리입니다. 그간 VC업계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해 사전동의권이 무효화 될 시 이에 대한 우려가 상당했었습니다.
벤처캐피탈 A : “상장사의 경우 어느 정도 경영자 또는 지배주주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지며, 언제든지 상장시장을 통해 주식을 매각함으로써 회수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비상장회사의 경우 그러지 못하기에 투자자보호를 위한 계약상 장치를 확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존재합니다. 벤처투자의 경우 대주주의 지분을 넘는 투자를 통상적으로 하지 않기에 투자자의 입장에서 창업 초기 벤처투자의 특성에 따른 소수 주주권 보호가 필요합니다. 사전동의권을 통해 내부통제 등 이사회 중심 경영체계를 갖추지 못한 기업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죠. 또한 벤처투자의 경우 주로 조합의 형태로 투자가 이루어지는데 GP의 경우 LP의 출자금을 관리할 선관주의 의무가 있어 출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사전동의권은 꼭 필요합니다.”
파기환송 되어 투자계약서 상 사전동의권은 계속 유효한 것으로 되었지만 아직 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이 남아 있습니다. 이에 한국벤처투자 벤처금융연구소는 사전동의권 관련 판결이 벤처투자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대법원 판결 이전에 VC업계가 사전동의권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또 이에 대한 우려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파악해보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설문조사는 총 9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었으며 344명이라는 비교적 많은 VC분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먼저, 첫 번째 질문으로 ‘피투자사에 대한 사전동의권 행사 빈도’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결과는 대부분 월 한 건 이상(45%)을 답해주셨고 그 다음으로 분기 한 건 이하(34%)로 나타났습니다. 추가 인터뷰를 통해 업체 하나당 1년에 평균 1~2건인 것으로 파악하였는데요. 결론적으로 대략 79%의 비율로 적어도 분기에 한 건 이상은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마 관리하고 있는 포트폴리오가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편차가 발생할 수 있는 항목이라 해당 질문은 참고삼아 봐주시길 바랍니다.
두 번째로는 ‘어떤 항목에 대해 사전동의권을 가장 많이 행사하시는지’ 여쭤봤습니다. 82.9%라는 아주 높은 비율로 ‘유무상증자 등 자본의 증감, 주식관련사채 및 콜옵션 등’을 행사하신하고 응답해 주셨는데요. 아무래도 피투자사의 후속투자 유치 등으로 인해 해당 항목이 가장 빈도가 높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정관의 변경(5.4%), 기타(4.8%)로 이어집니다. 기타 의견의 경우 ‘일정 금액 이상의 자금 차입 및 자산 취득’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세 번째로 사전동의권 항목 중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써서 검토하시는지’ 여쭤봤습니다. 두 번째 질문과 동일하게 ‘유무상증자 등 자본의 증감, 주식관련사채 및 콜옵션 등’을 가장 중요하게 검토한다고 답변해 주셨는데요. 그 뒤로 ‘회사 및 이해관계자의 주식 처분’이 32.3%, ‘신사업 진출 및 신회사 설립 등’이 8.1%을 기록하였습니다. 기타 의견의 경우 주로 ‘모든 사항을 중요하게 검토’인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VC는 자신의 투자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본, 주식 관련 항목을 가장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네 번째로 ‘피투자사가 사전동의권을 위반한 적이 있는지, 위반하였다면 어떤 항목을 위반하였는지’ 질의하였습니다. ‘유무상증자 등 자본의 증감, 주식관련사채 및 콜옵션 등’이 행사 빈도가 가장 높은 만큼 위반 비율도 22.1%로 가장 높았는데요. 그 다음으로 ‘계열회사 및 임직원, 주주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가 20.2%로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여기서 ‘계열회사 및 임직원, 주주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는 앞서 살펴본 2번 질문을 통해 사전동의권 행사 빈도가 2.7%라는 것을 보았는데요. 행사 빈도는 2.7%로 낮지만 위반 비율은 20.2%로 다소 높은 것을 보니 ‘계열회사 및 임직원, 주주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는 발생 빈도는 적으나 ‘발생하였을 때 위반할 확률이 높다’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세 번째로 위반 사항 없음도 17.3%를 기록하여 모든 투자기업이 꼭 사전동의권 항목을 위반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기타(5.3%)의 경우 ‘투자금 사용용도 위반’, ‘자금차입’ 등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다섯 번째로 ‘피투자사가 사전동의권을 위반하였을 때 어떻게 대응하였는지’ 질의하였습니다. 비교적 가벼운 조치인 ‘주의 및 경고’가 60.2%로 가장 많은 응답을 보여주었으며 그 다음으로 ‘위반 이력 없음’이 21.6%를 차지했습니다. 위반 이력 없음(21.6%)이 두 번째로 높은 응답률인 것으로 보아 4번 질의와 마찬가지로 사전동의권을 잘 준수하고 있는 피투자사 또한 많은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추가 인터뷰를 통해 해당 질문에 대해 더 살펴보았는데요. 대응 수위의 경우 경미한 위반일 경우 구두 주의 및 재발방지 교육을 주로 진행하고 중대한 위반일 경우 고의성 여부를 파악하여 시정조치, 위약벌 청구, 주식매수권 청구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대부분은 피투자사의 실수, 혹은 착오에 의한 위반 사항이라 주의 및 경고, 재발방지 요청 등의 가벼운 조치로 넘어가나 간혹 중대한 사항의 경우 위약벌 청구 및 소송까지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하였습니다.
여섯 번째로 ‘사전동의권 항목 중 꼭 필요한 항목은 어떤 것인지’ 질의하였는데요. 3번 질의와 마찬가지로 ‘유무상증자 등의 자본과 관련된 항목’이 48.7%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하였으며 그 뒤로 ‘회사 및 이해관계자의 주식 처분’이 33.8%의 응답률을 보여주었습니다. 기타(11.4%) 의견의 경우 ‘모든 항목이 꼭 필요함’으로 답변해 주셨습니다. 상위 2개의 응답 모두 자본, 주식 등의 지분과 관련된 항목인데 아무래도 투자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이기에 많은 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일곱 번째로 ‘사전동의권 무효 시 피투자사 사후관리에서 가장 우려하는 항목은 무엇인지’ 질의하였습니다. 피투자기업의 저가 신주발행(41.6%)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하였으며 회사 및 이해관계자의 구주매도(26.6%), 계열회사 및 특수관계인과의 거래(7.2%) 순으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하였는데요. 앞선 6번 질문의 응답과 마찬가지로 투자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본, 주식 등의 지분과 관련된 항목(총 68.2%)을 가장 우려하고 있어 VC가 인식하는 자본, 주식 관련 사전동의권의 중요성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전동의권에 국한하지 않고, 피투자사 사후관리 중 이슈가 되었던 부분에 대해’ 질의하였는데요. 아무래도 최근 벤처투자생태계의 혹한기를 반영하듯 ‘후속 투자 유치 실패로 인한 경영난’이 19.3%로 가장 많은 응답율을 보였습니다. 다음으로는 ‘피투자사의 내부문제인 핵심 인력 퇴사 혹은 내부 분쟁’이 18.9%의 응답률을 기록하였고 ‘피투자사의 저가 신주 발행’이 12.6%, ‘계열회사 및 특수관계인과의 거래’가 11.7%로 나타났습니다. 위의 응답을 보았을 때 사후관리에 있어 사전동의권이 설정된 부분뿐만 아니라 실무적으로는 다양한 부분에서 피투자사에 대한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답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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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을 막으면 투자가 위축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결코 벤처기업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벤처투자 생태계의 활성화 및 선순환을 위해서도 투자자가 안심하고 벤처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환경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
사전동의권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동의’권이긴 하지만 대부분 투자자에게 성실하게 내용을 설명하고 공지하는 용도이지, 투자자들이 무분별하게 비동의하지 않습니다. 사전에 공지하고 설명한다면 피투자사에게 크게 부담되는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
사전동의권은 비상장 벤처투자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투자자의 권리 또한 중요하며, 동의권을 폐지한다면 시장 상황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투자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
사전동의권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아도 높은 리스크를 부담하는 벤처투자자들의 리스크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특히, 경영상 변수가 많은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더욱 위축될 것이며 VC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전반적인 투자 축소에 따른 국내 벤처생태계의 위축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입니다. |
벤처투자는 기본적으로는 창업자에 대한 베팅이기 때문에 창업자가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방해가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투자자들 역시 LP들의 대행인으로서 적절한 감독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사전동의권을 계약서에서 배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
벤처투자 특성상 초기 투자 시 완전한 조직 세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마저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사전동의권을 통해 법적 분쟁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고 주요한 경영활동에 대한 의사결정 시 사전 확인을 통해 이슈사항 체크 및 해소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조직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 및 계속 기업으로서의 회사의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며, 이를 통해 투자자산의 안정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입니다. |
제가 수십 년간 경험해본 바로는, 99% 이상 기업들은 계약서를 잘 준수하나, 종종 특이한 기업들이 유불리에 따라서 동의를 무시하고 법원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들 독특한 기업들을 위하여 다수의 선량한 기업들을 상대로 하는 계약서에 동의권에 주주평등의 원칙을 도입한다면 오히려 기업들에 주총절차 및 동의절차를 번거롭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초기 기업들의 경우 VC의 동의절차를 통해서 법적인 절차를 안내/교육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부적격자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 회사 주요 결정에 대해 이사회 미구성 시 주주총회에 의한 결정 등 ESG 경영과 법무실사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또한 IPO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후속투자를 고려한 적절한 밸류와 전략적인 지분구성 & 마일스톤 설정이 되어야 합니다. 시리즈B 이전 투자유치 단계에는 경험이 있는 CFO 합류가 어려운 현실에서 지나치게 높은 밸류는 후속투자유치 어려움과 다운라운드의 위험이 있고, 지나치게 낮은 밸류는 IPO 시점에 창업자의 낮은 지분율 등 창업자와 회사에 어려움을 줄 수 있습니다. 투자자본 시장흐름을 알고, 성장지원 경험이 있는 투자사가 창업자와 논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합니다. |
사전동의권을 삭제한다면, 경영이나 행정이 미흡한 스타트업이나 소기업들의 경우, GP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GP는 사적 계약인 투자계약서를 통해 피투자기업의 경영진의 의사결정의 오류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앞선 설문조사를 요약하자면, 사전동의권 행사 빈도는 월 1회 이상이 가장 많았으며 ‘유무상증자 등 자본의 증감’과 관련된 항목을 가장 많이 행사하고 또 이를 가장 중요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무상증자 등 자본의 증감’과 관련된 항목에 대한 행사 건수가 많은 만큼 위반 비율이 높으나 ‘계열회사 및 특수관계인과의 거래’가 행사 건수 대비 위반 비율이 높았으며 사전동의권 위반 시 ‘주의 및 경고’ 조치로 경미한 대응을 주로 행하였습니다. 사전동의권 철폐 시 ‘피투자사의 저가신주발행’, ‘회사 및 이해관계자의 구주매도’를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파악하였고 사전동의권에 국한되지 않은 사후관리 이슈사항은 ‘후속 투자 유치 실패로 인한 경영난’, ‘핵심 인력 퇴사 혹은 내부 분쟁’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사전동의권 항목 중 특히 자본, 주식 등의 지분과 관련된 항목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였으며 사전동의권 철폐 시 위와 관련된 저가 신주발행, 이해관계자의 구주매도, 특관인 거래 등으로 나타날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특히, 사전동의권이 무효화 된다면 벤처투자위축, 사후관리 리스크 증가 등 많은 부분에서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이번 사전동의권 이슈는 벤처투자생태계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사전동의권 무효화 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에 총 344명의 VC분들이 설문에 응하여 해당 사안에 대한 VC의 관심도가 상당하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우선 일단락이 되었지만 추후 파기환송심은 또 어떤 판결이 나올지 미지수이며 이에 대해 투자자와 벤처 스타트업간의 거버넌스에 대한 심층 논의 또한 필요할 것입니다. 한국벤처투자 벤처금융연구소는 이번 VC 인식조사를 통해 업계 의견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대응할 수 있게 사전에 준비할 예정이며 이와 관련된 공동연구 및 학술 교류 제안은 언제든지 환영하오니 편하게 연락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