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의 루키리그 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노보섹인베스트먼트’는 VC 업계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 2022년 회사 설립 이후, 3개 프로젝트 펀드와 1개의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했다. 그중 1개 펀드는 이미 높은 수익률로 청산 완료했고, 나머지 2개 프로젝트 펀드 역시 높은 수익률로 청산 완료가 예상된다. 홍승표 노보섹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는 “첫 블라인드 펀드로 루키리그에 선정돼 기쁘면서도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크다”라고 말한다. 그는 작은 규모의 조직이지만 구성원들의 전문성만큼은 대형 VC 부럽지 않다고 강조한다. 자부심 넘치는 홍 대표로부터 작지만, 강한 VC로 성장한 비결과 향후 포부를 들어 봤다.
안녕하세요. 노보섹인베스트먼트의 홍승표입니다. 대학 시절에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미래에셋증권에서 5~6년간 IPO 업무를 했습니다. 이후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로 이직해 VC 업계에 입문했습니다. 3년 동안 다양한 투자 업무를 진행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스톤브릿지벤처스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주로 Growth 단계(Scale-up)의 투자를 맡았습니다.
회사 소개를 간단히 드리면 노보섹(Novorsec)은 ‘Novus Ordo Seclorum’라는 라틴어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이 문구는 미국 1달러 지폐에 새겨져 있는데, 직역하면 ‘시대의 새로운 질서’라는 뜻입니다. 노보섹인베스트먼트라는 사명은 “신생 VC이지만 벤처투자생태계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보겠다”라는 포부를 담고 있습니다. 회사 CI 역시 1달러 지폐 뒷면의 피라미드 위의 눈을 축약해 만들었습니다.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변화를 감지하며 투자에 임하겠다”라는 의미입니다. 현재 조직은 슬림하지만 전문성은 뛰어나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톤브릿지벤처스에서 주로 초기투자와 PE투자 사이의 중간 단계인 ‘Growth 단계의 펀드 결성부터 투자’를 맡았습니다.
스톤브릿지벤처스에서 제가 소속된 팀의 역할은 1천억 원 이상 규모의 Growth 펀드를 결성해 투자를 수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수천억 원대의 VC 펀드들이 흔히 결성되지만, 당시에는 1천억 원 이상의 VC 펀드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커다란 도전이었습니다. 다행히도 모태펀드 출자를 바탕으로 IBK기업은행에서 공동운용사를 맡아주셔서 스톤브릿지벤처스의 첫 번째 Growth 펀드 1,265억 원, 두 번째 펀드 1,636억 원 결성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1, 2차 합산 약 2,9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통해 다양한 섹터의 투자를 집행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루키리그가 기존이랑 달랐던 점은 현재까지 모태에서 출자하지 않았던 분야에 대해 제안을 하면 가점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제안 분야를 선택할 때 상당히 많은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결국 저희가 정의하는 ‘케어테크’로 제안을 했는데, 이 부분에서 첫 번째 차별화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또 다른 부분은 펀드의 운용성과입니다. 다른 운용사들의 트렉레코드도 좋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저희 회사의 프로젝트 펀드 3개 운용성과도 높은 평가를 받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제안펀드의 결성 가능성도 주요한 긍정 포인트였고, 출자 확약서도 최대한 준비해서 제안했던 것도 유효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정의한 케어테크는 Care + Technology의 줄임말입니다. 단순히 어린아이, 부모, 노인들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포함한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고령화 되어가는 생산가능인구의 노동생산성을 높이며, 더 오랜 기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국가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며 부양비용을 절감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가장 쉬운 케어테크의 예로 웨어러블 로봇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케어테크를 구현하기 위한 기반 기술에는 다양한 ICT 기술 및 인공지능, 로보틱스, 반도체,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기술들이 필요합니다. 해당 섹터에 대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으며, 기술개발 초기 단계 기업보다는 사업화에 어느 정도 진입한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회사 설립 후 만 2년 정도 되는 시점에 모태펀드의 블라인드 펀드에 처음 선정됐습니다. 저희에게 딱 알맞은 루키리그여서 더욱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사실 루키리그에 선정되기 전까지 1년 반에서 2년간 수없이 많은 지원을 해왔고, 1차 서류 심사에서 탈락한 경험도 많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타사 대비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프로젝트 펀드를 지속적으로 결성하고 청산 성과를 만들면서 신생사로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최근 펀드레이징 시장의 악화로 인해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면서 차근히 준비해 놓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는 경영진과의 의사소통 및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을 문서나 IR 당시의 정보 및 각종 백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초기 기업일수록 이런 백데이터를 보여주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사업의 명확한 방향성을 강조하거나 적재적소에 배치된 인력의 전문성을 보여주시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도 투자를 받는 것도 사람들이 하는 일이고, 이는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믿기 위해서는 회사의 강점이든 약점이든 창업가의 자신감이든 고민이든 다 열어놓고 얘기해야 신뢰가 쌓일 수 있습니다. 이는 투자 전이든 투자 후든 같습니다. 저도 그런 투자자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런 창업가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VC가 벤처투자생태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잠재력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성장에 일조하는 것입니다. VC의 투자를 받아 성장한 기업은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후배기업에 직접 투자를 할 수 있고, VC 펀드에 재출자해 후배 기업을 양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순환 모델이 벤처투자 활성화에 가장 큰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려면 투자사와 기업이 단순히 투자 및 회수의 관계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투자한 기업과 VC가 같이 성장하고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통해 각자의 관점 및 정보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영역을 알아가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분야에 노출이 돼야 관심도 생기고 앞에서 말씀드린 선순환 생태계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생길 것 같습니다. 결국 VC가 회수 이후에도 투자기업에 대한 정말 인간적인 사후관리를 계속해야만 벤처투자생태계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하게 돼 정말 기쁩니다. 하지만 기쁨은 정말 잠깐인 것 같고, 지금은 첫 번째 목표가 생겼습니다. 이번 블라인드 펀드를 높은 수익으로 보답할 수 있게 운용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 전문성을 더 높이기 위한 단기 목표들도 설정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적합한 운용인력도 더 채용할 계획이고, 기술 기업들을 만나기 위한 네트워크도 좀 체계적으로 갖춰 보고 싶습니다.
중기 목표로는 3년 안에 운용자산을 지금의 10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운용자산을 늘리려는 이유는 급변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한편, 회사의 운용역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마지막으로 단기 목표이자 장기 목표는 ‘지치지 않고 계속 뛰는 것’입니다. 지금은 저희도 스타트업이라 당연히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속에 AUM, 펀드 수익률, 노보섹인베스트먼트 구성원의 만족도, 벤처투자생태계에서의 역할 등 많은 단기‧장기 목표들이 있습니다. 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지치지 않고 뛰다 보면 중간중간 중요한 마일스톤들을 지나 목표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